[머니위크 CEO In & Out]KT 이석채 회장 vs. SKT 정만원 사장

2009년 통신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KT와 KTF의 합병이었다. 신임 이석채 회장은 30년을 이어오던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바꾸고 취임 2개월 만에 통신공룡 탄생을 확정지었다. 이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빚어낸 결과다.
이 회장 취임 이후 라이벌인 SK텔레콤의 위기의식도 높아졌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KT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지 않겠다며 태연한 모습이지만 50% 마지노선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토다.
두 라이벌의 시장경쟁은 광고시장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100대 광고주 광고비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9년에 1~11월 지상파방송 광고비에 652억원을 쏟아 부었다. 국내기업 전체 1위 규모다. KT는 같은 시기 삼성전자에 불과 15억원 뒤진 564억원을 방송광고비로 썼다.
통합 KT 이후 올레(Olleh)나 쿡(Qook)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알리기에 총력전을 폈던 KT가 6월부터 10월까지 광고 집행 1위를 달렸는에도 SK텔레콤의 물량규모를 넘지는 못했다.
광고시장으로 대변되는 2009년 통신 양강의 전쟁은 2010년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유무선 통합서비스와 아이폰을 앞세운 KT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SK텔레콤의 50%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기업보다 발 빠른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석채의 강공 드라이브냐, 1위 수성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정만원의 묘수냐가 2010년 통신업계 판도를 가늠할 주요 변수다.
◆공격수 이석채의 파란
2009년 한해 최고의 유행어는 ‘올레’였다. ‘와우’보다 더 한 감동이나 놀라움이 있을 때 쓰는 감탄사로 일반명사처럼 쓰일 정도다.KT(60,700원 ▲1,400 +2.36%)통합 브랜드 이미지로 올레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이 회장은 소신 있게 밀고 나갔다.
브랜드 알리기는 회장부터 앞장섰다. 2009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있었던 이동전화 요금감면 절차간소화 행사에서 이 회장의 티셔츠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KT 임직원이 매주 금요일마다 입는 올레 홍보용 티셔츠를 공식 석상에서 회장이 입고 나온 것이다. 앞서 쿡 브랜드 론칭 때는 자택 베란다에 현수막을 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석채 회장은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낡은 공기업 이미지를 다 벗지 못하고 있는 KT를 젊고 깨끗한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윤리경영이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서울고검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을 영입하며 내부 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해 동안 크고 작은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검찰에 적발된 것도 윤리경영실의 실적이라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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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부임 후 서비스 부분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이슈는 유무선통합(FMC) 서비스 출시다. ‘쿡앤쇼’로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를 하나의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 융합 서비스다.
외부에서는 3G(3세대) 이동통신(WCDMA)망을 이용하다가 집이나 와이파이(Wi-Fi) 무선랜이 설치된 곳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전환하고, 네스팟존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2009년 이 회장이 주도한 KT 열풍의 대미는 아이폰이 장식했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애플의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IT업계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이폰 도입으로 스마트폰 전쟁을 가속화했고 심지어 삼성전자가 KT를 견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옴니아를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에 공급하는 가격에 비해 KT에 유독 비싸게 공급하고 있는 것. 삼성마저 긴장시키는 이석채의 변화와 도전이 2010년 통신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소방수 정만원의 묘책은
이석채 KT회장이 혁신의 전도사라면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위기관리로 정평이 나있는 소방수다. 영업기획통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SK네트웍스를 3년 만에 정상화 시킨 점이나, 정체돼 있던 서비스분야에서 ‘OK캐쉬백’을 도입해 히트를 친 것도 모두 정 사장의 업적이다.
그런 그가 2009년 1월1일 1위 수성의 사명을 띠고SK텔레콤(78,800원 ▲600 +0.77%)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석채 회장의 대항마 역할이었다. 당시 업계 1·2위의 수장이 동시에 바뀐 것을 두고 언론은 본격적인 통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SK텔레콤의 선장으로 나선 정만원 사장의 반격도 만만찮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가계 통신비 절감에 따른 결과이기는 하지만 다른 통신사에 비해 초당요금제를 선점한 것은 시장주도력에 유리한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 초당요금제는 기존 요금 부과 기준인 10초 단위를 1초 단위로 바꾼 것으로 SK텔레콤이 3월부터 실시할 요금제다.
LG 통신계열의 합병이 발표된 지난 10월에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유통, 물류, 금융 등 타 산업과 연계한 산업 생산성 증대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기업간 거래 강화를 통해 2020년까지 20-20(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의 매출 각각 20조원 달성)클럽에 가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클럽에 가입하기 위한 정 사장의 전략은 해외사업 확장이다. KT보다 한발 앞서 사내독립기업제(CIC)를 도입해 자율경영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각각의 독립기업에 글로벌 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국내 컨버전스와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C&I CIC가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것이 좋은 예다. 모바일 네트워크분야인 MNO C&I는 해외사업 발굴에 한창이며, 경영지원과 전략 담당인 CMS는 글로벌 M&A를 주도하는 GMS C&I로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국내시장 여건은 정 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당장 선천적으로 우월한 800㎒ 주파수를 일정부분 내줘야 한다. 더 이상 통화품질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사장이 가입자 확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말이다. 어차피 제로섬 게임인 시장에서 과다 출혈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 사장이 50%의 점유율 성역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통신시장은 그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