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강달러를 누구보다 반길 중국이 잠잠하던 위안화 절상 논란에 불을 다시 지피고 나선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요즘 강세를 보이는 달러화가 장기적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약세 반전한 가운데 미국이 다시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를 올릴 경우 최대 미 국채 보유국 중국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원 총리의 이번 발언은 장기적 약달러 추세를 가정한 '美·中 환율전쟁'에서의 선제공격으로 풀이된다.
장기적 약달러 추세를 가늠케 할 징후는 여러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다. 지난 한 달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상황일 뿐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향후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다음은 출구전략으로의 이행 속도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8일 금융권 유동성 흡수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출구전략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이 또한 상대적이다. 중국의 출구 채택이 가져올 파급력은 미국을 압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에 담겨있는 '약달러'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다. 건보 개혁안에는 향후 10년간 1조달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으로 더 이상 달러를 찍어낼 명분이 부족한 미국에 건보 개혁안만한 구실은 없다.
114년만에 본격적 건보 개혁에 돌입한 미국을 보며 중국은 장기적 약달러 추세의 징후를 감지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소 맥락없어 보이는 원 총리의 발언에서는 약달러-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제 양국간 환율전쟁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