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0.1% 부자 트렌드/ 부자들의 주식투자
서울 강남권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최성욱(가명 남 31) PB는 어느 날 70대 초반의 고객으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았다. 포장을 뜯어보니 선물은 다름 아닌 비아그라 한상자.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비아그라 두상자를 선물 받은 고객이 "최PB가 생각났다"며 선뜻 건낸 것이다.
약 2년 전 있었던 일이다. 당시 최PB는 이 고객의 돈을 효율적으로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고, 비아그라 선물은 PB에 대한 고객의 감사 표시였다.
사실 이 고객이 증권사에 예탁한 돈은 약 5000만원으로 강남권 증권사 지점의 다른 고객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다. 투자금액만 봐선 소위 말하는 자산가 내지 부자고객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대형 건설사 사장까지 했던 사람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 소일거리 삼아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주식투자는 자산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단 노년기에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밋거리에 가깝다.
물론 모든 부자들이 이 고객처럼 주식투자를 마냥 즐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부자들이라 해도 처해 있는 환경, 성격, 관심사 등이 서로 다르듯이 주식투자 성향도 각양각색이다. 다만 이들에게서 대체적으로 느껴지는 공통적인 투자 마인드도 있다.
과연 부자들은 주식투자를 어떻게 할까? 그리고 그들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증권사 예탁금 10억원대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PB들을 통해 부자들이 주식투자 하는 모습을 살짝 들여다봤다.

◆부자들의 각양각색 투자성향
흔히 금융권에 10억원 이상 예탁하는 사람들이 자산가로 불리는 부자고객들이다. 보통 증권사 지점에 예탁한 금액의 10배 정도가 전체 자산이라고 보면 된다. 만약 증권사 예탁금이 10억원이라면 은행권에 예탁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포함해 적어도 자산이 1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은행에 넣어둔 자산은 보관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증권사에 예탁한 돈은 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금이다. 물론 자산을 늘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부자들 중에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도 있고 공격적인 투자자도 있다.
절세를 원하는 고객들은 보통 채권에 투자하고 세금을 크게 신경쓰진 않지만,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부자들은 펀드나 ELS(주식연계증권)를 선호한다. 물론 공격적인 성향의 부자들은 증권사 예탁금을 모두 주식에 쏟아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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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본인이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부자들도 있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큰만큼 주식에 전문성이 있는 PB들에게 투자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PB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고객의 돈으로 매매를 하진 않는다.
최PB는 "특정 종목을 매매할 타이밍이 되면 반드시 고객과 의논해야 한다. 임의매매는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는다"며 "부자들일수록 PB들과 상담을 많이 한다. 큰 돈을 굴리는 만큼 당연히 PB나 고객이나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끔 주식투자로 수익이 나면 담당PB들에게 현금으로 사례를 하려는 부자고객들도 있다. 최PB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연말 고객 10명의 수익률을 20% 이상 올렸는데 한 고객이 이에 대해 현금으로 사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감사의 표시로 전하는 작은 선물은 받을 수 있겠지만 현금 사례는 규정상으로도 안 되고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밝혔다.
◆부자들은 투자철학이 확실하다
부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예탁한다고 해서 주식투자를 PB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일 뿐 부자들은 투자철학이 확실하다.
지난해까지 명품PB센터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현주미 신한금융투자 WM부장은 "부자들이 자산관리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증권사에 돈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자산을 관리하고 늘리는 데 있어서 세심하고 체계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부자들은 사회적 지위가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덕분에 경제, 재테크, 투자 등에 관련한 정보채널도 누구보다 다양하다.
현 부장은 "당장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단타를 즐기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지만, 부자들은 주식투자 역시 전체적인 자산관리 측면으로 접근한다"며 "전문PB들과 정보가 풍부한 지인들을 통해 트렌드를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우량주를 좋아해
투자철학이 확실하고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전반적인 자산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부자들은 우량주를 선호한다. "부자들은 코스닥 종목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표현하는 PB들도 있을 정도다.
현 부장은 "상당수 주식 투자자들이 조급한 마음으로 주식투자에 나서지만, 부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종목들이 바로 수익이나 대박을 내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며 "눈앞의 수익률에 만족하기보다는 우량주를 통해 1%씩 차곡차곡 수익이 쌓이는 것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05년에 만난 한 80대 남성 고객의 경우를 꼽았다. 그는 무려 800억원에 달하는 주식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이었다.
현 부장은 "공직 생활을 마친 후 주식투자로 800억원까지 자산을 늘린 고객이었다"며 "우량주 위주로 매매한다는 주식투자 원칙이 확고했다. 종목을 고를 때 코스피 200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넓고 길게 본다
안정 성향의 부자이든 공격적인 성향의 부자이든 공통점은 넓고 긴 시각에서 주식투자에 임한다는 사실이다. 떠돌아 다니는 루머에 쉽게 현혹되지도 않는다.
물론 작은 수익률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자산 관리자들을 가볍게 여기거나 배신하진 않는다.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늘리기 위해선 관리자와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수익이 많이 나진 않았어도 더 크고 멀리 자산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관리자들과 신뢰를 유지하고 투자에 대해 논의하려는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가진 자의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것일 수 있다.
모증권사 압구정지점에 근무하는 한 PB는 "당연히 부자들은 풍부한 자금을 갖고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여유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에 대해선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