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불켜진 창 - 24의 유혹/ 시간ㆍ요일파괴 은행
가벼운 연상퀴즈로 시작해보자.
아래 장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장소 1. 1월20일 오후 7시30분. 20~30대의 직장여성 대여섯명이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온다. 대기 번호표는 70여번째. 실내에는 푹신한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이 한눈에도 가득 들어온다.
한쪽 벽면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가 상영되고, 젊은 남녀들은 커피와 주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 장소 2. 1월18일 오후 7시40분. 장 보러 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은 잡지책을 뒤적이며 소파에 앉아있다. 실내 한쪽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같은 시간 40대로 보이는 여성들은 오늘의 코스피지수 얘기부터 시작해 펀드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어 아기 업은 아줌마가 나타나고 쇼핑 카트를 끌고 들어오는 아저씨도 보인다.
위 질문에 대한 보기는 다음과 같다.
① 은행 ② 미용실 ③ 영화관 ④ 마트
그렇다면 정답은?
① 은행이다. (장소 1은 토마토저축은행 명동점, 장소 2는 중계홈플러스 하나은행)
은행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또 쇼핑 카트를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좀 상식 밖이다. 하물며 4시면 문을 닫는 은행이 저녁 늦은 시간에 문을 열어놓는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는 고정 영업시간의 틀을 벗어버린 일부 은행들의 거침없는 반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불이 켜지는 창구를 운영하는 시간 파괴뿐이 아니다. '365일 쉬지 않는 대형마트'와 '24시간 쉬지 않는 편의점'과 손잡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 '365일 연중무휴' 대형마트 은행
독자들의 PICK!
'쇼핑과 은행 업무를 한번에.'
주부 백지연(37) 씨는 평소 오전에 은행에 들렀다가 오후에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생활 리듬을 최근 바꿨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은행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일반 영업점과 달리 오후 8시까지 길~게 영업하기 때문에 오후 늦게 집을 나서도 느긋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백씨는 "대출 등 중요한 은행 업무가 있을 때는 남편이 일찍 퇴근한 날이나 주말에 함께 마트 내 은행에 가서 일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지난해 대형마트로 들어간 은행의 틈새시장 공략 작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하나은행이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 은행 문을 열었다. 경기도 화성 홈플러스 병점점, 서울 강동점, 중계점 등 3곳에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개점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 365일 연중휴무(설날과 추석 당일 제외)로 운영된다. 하나은행의 계좌 간 송금과 예금지급 등 일반 업무는 물론 대출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시간파괴, 요일파괴의 편리성 때문에 오픈 3개월 만에 4000여 명의 신규고객을 끌어 모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최희성 중계홈플러스 하나은행 지점장은 "방학동이나 신내동 등 쇼핑을 하러 오는 고객이 신규 고객으로 들어오면서 영업권이 일반 영업점에 비해 3~4배 이상 넓어진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롯데마트로 진출했다. 평일 일과 시간 중에 은행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직장인과 맞벌이 주부들이 퇴근 후나 주말에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업시간 또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변경했다.
롯데마트 울산 진장점과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점 개점을 시작으로, 향후 수도권과 다른 지역까지 입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 '마트 은행' 200% 활용하기
① 야간에도 수수료 걱정 NO
마트 내 은행 창구에서는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 사이 출금을 해도 야간(추가)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대형마트 안이라고 해도 자동화기기 코너를 통해 출금할 경우 소정의 야간 수수료가 부과된다.
② 제휴 카드로 최고 10% 할인 혜택을
하나은행은 마트 내 은행이 입점된 곳(병점점, 강동점, 중계점)에 한해서 홈플러스 제휴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최고 10%(일반적으로는 최고 7%)까지 깎아준다.
③ 장애인도, 유모차도 편리하게
쇼핑카트를 끌고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앤 마트 내 은행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끈 주부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편의점 은행
'24시간 편의점 은행'도 은행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세븐일레븐과 제휴해 전국 600개 편의점에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화기기(CD)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해 안에 전국 2000여개 편의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고객이라면 은행 업무 시간 후에도 세븐일레븐 자동화기기에서 연중무휴 추가수수료 없이 현금 인출·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편의점을 통한 국세 수납 서비스를 선보였다.
2008년부터 국민연금 수납을 시작으로 서울시가 부과하는 자동차세, 재산세, 주민세 등 '지방세'와 각종 지로 공과금 등을 편의점을 통해서 수납해온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는 금융권 최초로 국세 수납까지 가능하도록 확대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현금카드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훼미리마트와 GS25 점포에 가서 국세 납부가 가능하다. 2월에는 세븐일레븐에서도 국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 야간에도, 주말에도 창구 여는 저축은행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올빼미 영업'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객에게 거래의 편리성을 주고, 저축은행은 신규 고객을 더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어 윈-윈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매주 수요일에 오후 9시까지 야간창구를 연다. 적금 신규와 인터넷뱅킹업무, 대출 상담 등이 이뤄진다.
민헌경 토마토저축은행 명동지점장은 "저축은행의 특성상 지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평일 은행 업무 시간에 오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야간 창구를 자주 찾는다"면서 "야간 창구를 여는 수요일에는 저녁 고객만 150~200명을 넘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직장인이 몰려 있는 강남역지점과 명동역지점, 삼성본점 등 3곳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9시까지 야간 창구영업을 실시한다. 인터넷 예금 신규를 비롯해 체크카드 발급, 자동이체 신청, 예ㆍ적금 및 대출 상담이 가능하다. 다만 예ㆍ적금 신규ㆍ해지 업무는 제외된다.
W저축은행(본점)은 수요일 야간영업과 토요일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수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토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장 영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