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인천공항공사 기업공개(IPO)주관사 계약을 공동으로 따냈다.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는 대형 IPO를 인수물량 45%씩 똑같이 나눠 수주했고, 더 구나 두 회사가 업계 선두를 다투는 전통적 라이벌 관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두 회사는 아시아지역 해외사업에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세간에서는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임기영 대우증권사장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인천중-제물포고 동기동창이라는 '특수관계'가
낳은 예외적인 '사건'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증권가의 공생실험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지레 접어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우증권 임사장은 새해 들어서도 각종 언론 인터뷰나 모임에서 대형 증권사간 협력 문제를 빼놓기 않고 거론한다.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그의 화두는 '공생'으로 모아졌다. 그는 "대형 증권사간 경쟁을 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사장은 외환위기 직후, 당시로선 개념조차 생소하던 투자은행(IB)업무를 국내 금융권에 도입한 사람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베테랑'이다. 증권업계는 그래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대형 증권사가 대부분의 딜을 독식하고 '빈익빈 부익부'와 수수료 덤핑이 일상화된 모습이 그에겐 극히 답답해 보이는 듯하다. 임 사장은 "선두 증권사간 손잡고 대형 기업공개 계약을 따낸 뒤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단에 참여시키면 상생 발전할수 있다"고 사례를 제시한다. 해외사업에도 국내 대형 증권사가 협력하면 글로벌 투자은행(IB)과의 경쟁을 비집고 해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IB부문에서 대형증권사간 협력은 자칫 독과점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보다는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는 국내 증권가의 체질 변화를 원하는 기대가 더 큰 듯하다.
새로운 '공생실험'이 자꾸 이뤄지다보면 IT나 제조업 분야처럼 금융에서도 '국내 최고'가 '세계 최고'로 통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