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주, 막걸리처럼 부활을 노려라

[기자수첩]청주, 막걸리처럼 부활을 노려라

원종태 기자
2010.01.25 16:56

지난 22일 롯데주류 군산공장. 회사 안팎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이색 품평회로 대낮부터 불콰해졌다. 국내 최대 청주 생산라인이 있는 이곳에서 심사위원들은 특별히 양조된 12종의 청주를 음미했다. 롯데주류의 내로라하는 청주 양조 기술자들이 만든 술이었다.

5∼6명씩 한 팀을 이뤄 4개 팀이 참여했는데, 각 팀별로 4개월 이상 준비했다. 각 팀들은 엄선한 재료로 직접 술을 담갔는데 청주 고유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잘 살아났다는 평이다. 품평회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청주는 세도가가 아니면 마시기 힘든 귀한 술이었다"며 "쌀 특유의 향과 부드러움이 소주와는 전혀 다른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날 1등상을 받은 청주 외에 샴페인 같은 발포성 청주와 과일향을 담은 칵테일 청주도 호평을 받았다.

이날 품평회는 품질에 비해 찾는 사람이 극히 적은 국산 청주의 부활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최근 1∼2년 새 부쩍 잘 팔리는 일본 사케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 사학계에 따르면 사케는 백제시대 인번이 일본으로 건너가 쌀로 술을 빚는 방법을 알려주며 탄생했다. 그런 사케가 지난해는 국내 청주 순매출액(주세를 제외한 매출액, 900억 원)의 7%를 차지하며 60억 원어치 이상 팔렸다. 강남 일대 고급 일식집과 이자카야 등에서 사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올해 사케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류기업이 뒤늦게나마 국산 청주 대중화를 선언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산 청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내 청주 제품은 불과 3∼4개사에서 채 10종도 만들지 않는다. 수 백 종이 넘는 일본 사케와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고급 청주보다 젊은 주당들이 즐겨찾는 '보급형 청주'로 승부를 거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주가들의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강남 일대 이자카야에서는 10만 원을 훌쩍 넘는 사케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비슷한 품질을 갖춘 국산 최고급 청주는 절반 가격인데도 찾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빅히트를 친 막걸리는 국내 3대 주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품질 좋은 국산 청주도 오랜 기간 소외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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