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1년 3-③]자산운용업법보다 융통성 떨어져
#삼성생명 주식은 상장을 앞두고 벌써부터 장외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상장되기만 하면 주가가 지금보다 뛸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삼성생명의 공모주를 받으면 펀드 수익률을 끌어 올릴 수 있어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들은 주식을 단 1주도 살 수 없다. 이 때문에 A운용사는 감독당국에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아직 "검토하고 있다"는 대답만 나온다.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자본시장법이 되레 전보다 빡빡해진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규제는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가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을 인수한 뒤 계열 운용사의 펀드에 그 부담을 떠넘길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계열 증권사에겐 이득이 되지만 펀드 투자자에겐 손실을 입히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어서다.
하지만 규제의 효용은 비우량 기업의 IPO에 한해서만 생긴다. 올해처럼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포스코건설 등 우량 기업의 IPO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주관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들일 기회를 봉쇄당하므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다.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IPO를 맡은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은 한 운용사 대표의 말도 무리는 아니다.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기 전 근거법인 자산운용업법을 보면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예외를 뒀다. 자산운용업법 제91조 제9호는 '관계증권회사가 인수하고 남은 투자증권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계열사 참여를 금지했다. 투자 매력이 떨어져 팔고 남은 걸 계열 운용사 펀드에 넘기지 말라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발효된 자본시장법은 제87조 제2호에서 '자기 또는 관계인수인이 인수한 증권을 집합투자재산으로 인수하는 행위'로 규제 범위가 바뀌었다. 즉 총액인수나 잔액인수와 관계없이 모두 금지시킨 것이다.
단, 계열 운용사는 해당 주식이 상장 된 후 3개월이 지나야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은 종전 자산운용업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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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2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과거 자산운용업법처럼 투자자들의 참여가 미진한 잔액 인수에 대해서만 계열 운용사의 참여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또 계열 증권사가 아닌 다른 증권사를 통해 인수하는 경우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적기 때문에 융통성을 주자는 방안도 나온다. 물론 다른 공동 주관사를 통해 청약에 참여하더라도 증권사 간 담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감독당국도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소지를 줄이면서 규제를 완화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며 "업계의 의견을 듣고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