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회의 땅' 카자흐스탄, 투자의 봄 올까

[르포]'기회의 땅' 카자흐스탄, 투자의 봄 올까

알마티(카자흐스탄)=김지산 기자
2010.03.03 09:21

10% 전후 성장률 금융위기 때 타격, 회복과 동시에 위험도 높아져

카자흐스탄 최대 경제도시 알마티시의 아우에조프구 싸이나 까르갈리.

우림건설의 2700여세대 규모의 '애플타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티미랴제프 거리의 터키 건설업체 공사 현장이 20층 가까이 골조가 올라간 채 멈춰서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알마티 시내 곳곳에는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들이 여럿 눈에 띈다.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상처들이다. 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이 끊기고 은행들이 여신회수에 나서면서 공사를 중단한 곳들이 속출했다.

↑우림건설 '애플타운' 모형
↑우림건설 '애플타운' 모형

2007년 이후 알마티에서 새 건물 분양 물량은 '제로'였다. 그래서 우림건설의 애플타운 현장은 알마티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비쳐지고 있다.

김진실 우림건설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가 최근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에서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금융(PF) 조달에 성공해 올해 말까지 건설 현장에 활용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우림건설은 애플타운이 현대적 시설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워 분양가격을 3.3㎡당 1000만~1200만원정도에 내놓을 계획이다.

중견업체 엘드건설은 지난해 말 알마티주의 주청사 소재지인 탈디쿠르간시에 '로자벨타운' 건설을 진행 중이다. 2013년까지 4700억원을 들여 1800여 가구의 주택과 사무실 상가 병원 학교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주청사를 비롯해 중앙정부 기관들이 이전할 예정이어서 분양률이 높을 것으로 엘드건설은 기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석유매장량(398억 배럴) 세계 9위, 천연가스 매장량(3조㎡) 세계 11위인 '자원대국'을 내세워 지난 10여년간 연간 10%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 부실이 속출했다. 자원이 국내 총생산(GDP)의 30%, 총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국제 시세가 폭락하면서 은행들의 신용경색으로 부도가 속출했다.

2000년대 초반 100여개에 이르던 은행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합병되면서 37개로 줄었다. 매년 두 자리 수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은 2008년 3.3%, 지난해 1.9%로 곤두박질 쳤다. 산업 생산 증가율은 2004년 10.4%로 정점을 보이다 지난해 0.5%로 수직 하강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3.2%, 산업 생산 증가율은 3.7%로 추정했다. 지난해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애플타운 건설 현장
↑애플타운 건설 현장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국민 1인당 총소득은 8382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알마티시에서만 1인당 총소득이 1만5000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스모그가 알마티 시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스모그가 알마티 시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물론 각종 지표와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체감경기는 바닥권이다. 언제 경기가 본격 호전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아직까지는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알마티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루슬란(44)씨는 "월 평균 30만텡게(약 300만원) 매출을 내야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데 지난해 중반까지 20만텡게에도 못미치는 달이 많았지만 지난해말 이후 20만텡게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카자흐스탄의 대형 은행 4곳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했던 금융위기의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 신용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은행 지원에 엄격히 선을 긋고 있다. 디폴트 4곳 중 2곳은 정부가 인수한 이후 디폴트를 선언할 정도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아직까지 정부 보증 물량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험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발하쉬 화력발전 건설을 수주하고 현대건설 극동건설 KCC 포스코건설 등은 SOC 사업을 진행하거나 타진 중이다.

↑김진실 우림건설 카자흐스탄 법인장
↑김진실 우림건설 카자흐스탄 법인장

한화증권의 카자흐스탄 현지 자회사 세븐 리버스 캐피탈 윤영호 사장은 "은행들의 디폴트 규모가 140억달러에 이르고 이는 지난해 GDP 1196억달러의 12%에 육박한다"며 "은행권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경제 전반의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용훈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카자흐스탄 은행들은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한 돈을 현지 금융과 부동산에 쏟아 부었다"며 "정부 주도의 은행 구조조정이 언제 시행될 지 알 수 없지만 그 서막은 막대한 물량의 담보 부동산 처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비쳐졌던 카자흐스탄.새로운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위기의 깊은 상처가 봄날 눈녹듯 사라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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