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칼럼 / 청계광장
어느 대학에서 특강을 하고 나서 한 대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그 학생은 벌써부터 직업에 관한 고민을 시작한 듯 보였다. “미래 유망한 직업으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난 수강생들의 전공이나 관심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금융산업에 도전하라는 충고를 건넸다. 놀라운 것은 내 조언에 대한 그 학생의 반응이었다. 영 마뜩찮아 하는 표정이었던 것이다. 당혹한 내가 오히려 그에게 왜 금융산업에 자신의 미래를 걸려 하지 않는지에 대해 되물었다.
그는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금융산업은 은행원으로 대표되고, 은행원은 진부하고 따분한 일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꼽았다.
난 그의 대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 경제의 미래로까지 여겨지는 금융산업이 젊은 세대에게 왜 낡은 분야로 외면 받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후 금융산업 종사자들을 만나면 그날의 문답을 꼭 전해주곤 한다.
각 세대의 관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금융산업, 더 좁혀서 생각하면 은행만큼 부침이 컸던 직종도 없다.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은행원을 동경했다. 한국전쟁 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에게 은행은 안정적인 직장의 상징 격이었다. 유능한 베이비부머들이 은행에 취업했고, 은행에서 자신의 경력을 마쳤다. 반면 386세대는 철저하게 은행을 외면했다. 대학 시절 군사 독재정권의 압제와 소수 독점 재벌 체제의 폐해에 대해 실감하고 깨달은 그들은 사회 전반의 민주화에 집단적으로 몰입했던 세대였다. 더욱이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던 1980년대 후반은 경제적으로만큼은 풍요롭던 시기였다. 그들은 생업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아도 됐다. 그 결과 안정적인 은행보다는 보다 진취적인 민간 기업으로 몰려갔다.
그 이후의 X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금융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기는 했다. 일자리 상황이 점차 악화된 데다가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산업 육성 방안이 구체화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세대는 사회생활 초기 외환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금융산업이 위기의 진원지로 평가받고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들은 더 이상 금융분야를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융산업의 미래지향적인 면모가 완전히 드러나지도 않던 시기에 이들은 일찌감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말았다.
현재 대학생을 포함한 20대를 하나의 세대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 바로 ‘G세대론’이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역사상 최초로 본격적으로 나라 바깥을 체험한 글로벌 세대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들은 대학시절 외국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그리고 교환학생의 경험을 한두번씩은 모두 갖고 있다. 아예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유학한 이들도 많다. 그 결과 외국어 능력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도 강하다. 외국인이나 외국과의 경쟁에서 미리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는 신세대들이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던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주역도 이들 G세대였다. 당시 경기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봤듯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크게 달랐다. 겁 없이 당당하고, 가식 없이 솔직했다.
글로벌화를 지상과제로 하는 우리 금융산업이 끌어들여야 할 이들이 바로 G세대다. 이들을 기반 삼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협력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들로부터 금융산업은 오래되고 위험한 분야로 치부되고 있다. 금융산업 종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은행이 단순히 안정지향적 일자리만 좇는 공부벌레들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