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예술장터, 시즌오픈하던 날

홍대앞 예술장터, 시즌오픈하던 날

배현정 기자
2010.03.19 09:28

[머니위크 커버]홍대 해방구의 모든 것/ 예술시장 프리마켓

삶은 원재료이고, 우리는 조각가다.

우리는 이 재료를 깎아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추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캐시 베터)

누군가의 말처럼 삶 자체가 예술의 한 과정일 수 있지만, 실제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진귀한 예술품을 길거리의 좌판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바로 그러한 생활 속 예술장터다. 예술이란 거창한 껍데기에서 나와 살가운 속살을 드러내는 생활창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그래서 9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늘 설렘과 반가움으로 발길을 끄는 곳이다.

홍익어린이공원(홍대 놀이터)에 자리 잡은 프리마켓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자생예술시장. 1000여명에 달하는 창작자들과 시민이 만나 소통하고 있다.

겨울의 찬바람을 뚫고 어김없이 찾아온 봄과 함께 '2010년 프리마켓'도 3월6일 드디어 문을 활짝 열었다. 이곳은 다시 한겨울 추위가 몰아치기 전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젊은 예술가 100여팀이 옹기종기 모여 장터(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6시)를 연다.

직접 나무를 깎아서 심을 심은 나무연필(1만원), 한땀 한땀 직접 떠주는 손뜨개 모자(1만5000원~2만1000원), 알록달록 예쁜 그림을 그린 엽서(1장 700원), 점토로 만든 목걸이, 브로치(8000~1만원) 등 재미있는 생활창작품들이 개성 한마당 잔치를 벌이는 듯하다.

이들은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공예품. 하지만 가격은 대개 몇천원에서 몇만원에 이르는 소박함으로 장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좋다. 프리마켓을 찾은 이들 상당수는 자유분방한 공연을 보듯 예술마당을 즐긴다.

일반 시장의 상인들과는 달리 젊은 예술가들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서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들의 예술관과 기이한 아이디어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뚜리&껑이의 지구촌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승철 씨는 병뚜껑이나 키보드(낱개)에 만화 캐릭터나 공주 등 앙증맞은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데 인기가 높다. 그는 "전산 프로그래밍을 했던 회사원이었는데 동료들과 맥주전문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예쁜 병뚜껑을 버리기가 아까워 가져온 것이 작가로 나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빨강 고양이가 만드는 재미있는 동물모자'의 작가는 건반 연주자 출신. "재미삼아 뜨개질을 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녔더니 주변에서 아예 판매를 해보라고 해서 프리마켓에 나왔다"면서 "여기서는 비슷하게 창작활동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고통도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전했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쇼핑보다는 기이한 생활창작의 세계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낸다. 14개월차 아기를 업고 프리마켓에 나온 한 주부는 "남편 직장 근처라 지나가다 들렀는데 여느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볼거리가 많아 흥미롭다”고 했다.

홍대 프리마켓 '알차게' 즐기는 방법 3가지

① 작가와 수다 떨기: 프리마켓을 주최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이상미 기획팀장은 "독특한 상품을 구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부터 작품에 담긴 사연을 직접 들어보면 작품 가치를 십분 느낄 수 있고 예술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② 생활 창작 체험하기: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생활창작을 실천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생활창작워크샵'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창작활동의 기본인 드로잉과 바느질을 배울 수 있는데, 참가비는 3000원. 같은 시간에 홍대 뮤지션들의 야외공연 ‘afternoonstage'도 열린다.

③ 작가 도전하기: 뭔가 직접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프리마켓에 작가로 참여할 수 있다. 단 시장에서 사온 물건이나 위탁 판매하는 경우, 기존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물건 등은 팔 수 없다. 작가로 활동하려면 프리마켓 홈페이지(www.freemarket.or.kr)에서 먼저 작가등록을 한 뒤 (매주)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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