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매출 올려도 세금 떼면 ‘꽝’

억대 매출 올려도 세금 떼면 ‘꽝’

오석주 객원기자
2010.03.17 09:45

인터넷쇼핑몰 세금정책 현실화 절실

최근 업계 일각에서 개인쇼핑몰의 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면서 향후 추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소기업호민관(국무총리 직속) 1차 간담회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의 특수한 판매환경을 감안해 소득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현재 호민관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자료수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오픈마켓상의 지나친 가격경쟁 지양, 사입 시 매입자료 거래의 투명성 확보 등 업계의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한 해 매출 20억 원, 손에 떨어지는 건 한 달 고작 760만원

서울에 사는 김 모양(34세), 여성의류쇼핑몰을 운영한지도 올해로 5년 차가 되었다. 쇼핑몰 초기 독특한 콘셉이 여성들의 눈을 끌면서 사업개시 1년 만에 연 매출 20억 원을 달성하는 대박쇼핑몰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런 김 양도 매년 소득세 신고기간만 되면 지레 한숨만 나온다고. 세금을 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매년 약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사입비와 직원 월급 등 전체 운영비를 제하면 연 소득은 고작 매출의 7%인 1억 4천만 원 정도라고. 과세표준(연 소득 8,800만원 이상)에 대한 세율 35%를 적용하면 김씨가 이번 5월까지 납부해야 할 소득세는 4,900만원에 달한다.

세 후 김씨의 손에 떨어지는 순 수익은 한 달에 약 758만원, 매일같이 시장을 돌고 쇼핑몰 관리에서 판매, 배송, 고객응대까지 밤낮 쉴새 없이 일하지만 ‘세금폭탄’을 맡고 나면 거의 남는게 없다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세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쇼핑몰 절대 안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올 정도이다.

◆ “인터넷쇼핑몰 세율 낮춰야...” 실질적인 논의는 이번이 최초

사실, 쇼핑몰업계의 실질적인 세율인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방통위가 인터넷기반 서비스 사업자들의 세금감면 조항을 담은 “인터넷기반 서비스 기본법(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올해 보다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한데다 쇼핑몰에 대한 직접적인 세율인하라기보다 인터넷서비스업자라는 포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연구책임자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이규정 연구위원은 “해당 법안이 다소 포괄적이어서 인터넷쇼핑몰 사업자들의 세제혜택을 다루기엔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올해 세부적인 시장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필요 시 업계 관계자와 지식경제부, 국세청, 공정위 등과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며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는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호민관이 구체적인 자료와 업계 현황을 업계 일부 관계자들에게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일의 성사를 떠나 나름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 “세율 낮추면 세수(稅收)는 오히려 확대”

지난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점포형 상거래와 온라인쇼핑몰의 매출에 따른 세금제도를 거론하며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매출내역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세금징수가 다소 어려운 반면 거래가 투명한 인터넷쇼핑몰은 정확한 세수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인터넷쇼핑몰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능률협회 김준원 전문위원은 “국내 도매시장의 거래규모를 감안해 전자상거래를 현실적으로 활성화할 경우 추가로 징수되는 세수(稅收)는 적어도 현재의 5~7배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율인하가 오히려 세수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외에, 세금을 줄여야 해외시장으로 빠지는 쇼핑몰사업자들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었다.

김 위원은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등지고 이베이(미국)나 타오바오(중국), 라쿠텐(일본) 등에 진출하는 것도 지나친 세금징수가 문제였다”며 “수많은 쇼핑몰들이 이 시장 진출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의 판매는 점차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타 쇼핑몰들도 세금고를 이기지 못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이탈하고 있어 향후 국내 시장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마킷’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모 소기업 호민관 역시 “지나친 세금으로 인해 해외로 나가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결국, 국내 인터넷쇼핑몰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세수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오픈마켓 백마진, 매입자료 미발행” 세율인하에 걸림돌로 작용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의 세율인하 요구 이전에 업계의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픈마켓상의 지나친 가격경쟁과 사입 시 세금계산서(매입증빙자료)를 받지 못해 불필요한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판매 마진율을 낮게는 7%에서 높게는 10%까지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차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정도의 마진을 남기기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이미 오픈마켓 판매자들 사이엔 “백(back)마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익계산법이 나오고 있다. 앞에선 밑지고 팔고 뒤에선 배송업체의 배송비, 세금, 오픈마켓 수수료 등을 인하해 손실을 메우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판매자라면 실제 마진율을 6~7% 이하로 보고 있으며 1~2%의 가격변동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이상의 마진율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선 세율을 낮추더라고 가격경쟁만 부추길 뿐 실질적인 소득감면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 “안 낼 세금도 내는데 세금 인하가 무슨 소용”

동대문 사입 시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는 관행도 이번 세율인하 주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대표 의류 유통시장인 동대문 상권의 연간 매출은 약 20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도매와 소매 상당수는 무자료거래라는 게 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세금을 걷는 국세청에선 매입 증빙자료만 요구하는 수준이어서 조세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구조이다. 처음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세금계산서를 끊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하루 거래량이 수백만 원을 넘거나 몇 년 이상 꾸준히 거래해 온 곳이라면 세금계산서 받기가 쉽겠지만 쇼핑몰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옷 몇 벌 사입하면서 그 앞에서 세금계산서 끊어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실상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 매입자료 못 받아 상인들도 속앓이

하지만 동대문 도매상이라고 해서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들 조차 매입자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단과 부자재를 매입할 때는 세금계산서를 받지만, 제작 비용의 70%에 달하는 봉제공장의 공임은 여전히 세금계산서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영세업체로 사업자등록 자체가 안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도매상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평화시장의 모 사장은 “우리나라의 봉제공장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라고 하면 죄다 문 닫을 겁니다. 그러면 중국이나 베트남 아니면 옷을 만들어 낼 곳이 없어지겠죠”라며 사정을 토로했다.

지금까지 무자료로 거래해오던 관행을 단기간에 바꾸기도 어려우며, 그렇다고 원단과 부자재 매입세금계산서로 떼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동대문 도매상에서 발행하고 있는 세금계산서가 매우 요상한 형태를 띄고 있다. 보통 온라인쇼핑몰에서 세금계산서를 받아오는 것을 ‘사온다’라고 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가격만큼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부가세 별도의 가격을 제시한 상태였던 것.

결국 구매자는 10%의 부가세를 별도로 지불하고 합산된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받아가다 보니 그런 표현이 생겼다. 특히, 청평화시장의 마진율은 30%대로 밤 시장에 비해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반품불가와 부가세 별도를 조건으로 하고 있어 종종 이런 마찰이 일고 있다.

이렇게 받아온 세금계산서에 쇼핑몰 운영자들은 또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분명 ‘갑’이라는 도매상에게 상품을 사입해오고 부가세까지 지불했는데, 받아온 세금계산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원단업체이거나 다른 도매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도매상들도 나름 돈을 들여 세금계산서를 사다가 소매상에게 넘겨주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게 구해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결국 무자료 거래가 많아지다 보니 과세표준인 수익이 과대 계상되어 쇼핑몰 운영자들은 불필요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출을 축소하거나 현금거래만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써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탈세의 온상이나 습관화된 부정 이라는 안 좋은 소리뿐이다.

◆ 국세청, 시장 현실 모르고 ‘헛물켜기’에 바빠

투명한 세정이 어려운 것을 단지 도매상과 쇼핑몰 사업자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세정당국의 처사가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일부 상가를 대상으로 타깃 조사를 진행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하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라는 식의 “매입자 발행 세금계산서제도”에만 목을 매고 있다.

매입자 발행 세금계산서 제도는 쇼핑몰운영자들이 물품을 구입하면서 도매상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못해 세무상 불이익을 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7년 7월 도입한 제도로 10만원 이상 500만원 이내의 거래에 대해 실제거래가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영수증, 송금확인서)를 서면이나 인터넷으로 국세청 또는 관할 세무서(부가가치세과)에 제출하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도입 이후 2년여가 지난 작년 4월까지의 발행실적은 28건에 불과하며 발행금액도 3,7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도별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2007년 8건에 800만원, 2008년 11건에 800만원, 작년 4월까지 9건에 21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현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해 올해 2월 18일부터는 거래 후 1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것을 3개월로 기간을 대폭 연장하고 10만원 이상 500만원까지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한 것도 500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발행하도록 했으며 1달에 2회까지 제한하던 신청제한 횟수도 무한대로 신고할 수 있도록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 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한

쇼핑몰 사업자는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 매출자(동대문 상인)로부터 매입계산서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자신을 신고한 업체와 거래를 지속하겠냐”며 “이렇다보니 쇼핑몰들은 거래가 단절될 것을 우려해 매입자료를 못 받아도 신고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세청은 현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으면 세액의 20%를 가산세로 징수하거나 올해부터는 부당한 방법으로 신고를 안 할 경우 10~40%까지 가산세율을 상향 조정한다는 등의 비현실적인 정책만을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쇼핑몰업계 한 관계자는 “쇼핑몰의 세금인하 논의가 시작된 것은 업계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득세 인하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장의 내부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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