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이 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직 실적 파악을 못해서 답변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펀드의 판매보수 인하 조치가 증권사들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답했다.
금융위는 이날 신규펀드는 물론 기존펀드의 판매보수도 1% 이내로 인하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결정대로 판매보수가 인하되면 당장 증권사들은 펀드 판매규모에 따라 연간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하루가 지나 애널리스트에게 다시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같았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금 분석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금까지도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증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관련 이슈에 침묵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옆집(증권사) 흠 잡는 게 부담스럽잖아요. 여러 가지 이해관계도 얽혀 있고…”. 동종업계라는 부담감이 증시 파수꾼들을 침묵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의 꽃으로 표현된다. 이들은 증시 투자자들이 최고의 판단 지표로 삼는 분석 보고서를 생산한다. 일의 중요성과 영향력으로 인해대우도 최고 수준을 받는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침묵하는 애널리스트가 과연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
조선의 정조는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말하지 말아야 할 때에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에 얽힌 애널리스트의 침묵을 죄라고 여기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