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차로 때문에 울고 웃는 신촌 商心

중앙차로 때문에 울고 웃는 신촌 商心

김성욱 기자
2010.05.19 10:26

[머니위크 커버]상권 대변혁/ 중앙버스전용차로 쇼크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양화대교에서 이대 입구까지 중앙 버스전용차선이 개통됐다. 이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서울 북서부지역의 최대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 신촌, 이대를 모두 지나간다. 건널목 시스템을 뒤흔든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된 지 5개월, 과연 이들 지역의 상권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돌아봤다.

◆홍대상권, 동교동까지 확대되다

홍익대 인근은 상권이 계속 커 가고 있는 곳이다. 홍대 정문 앞 대로를 중심으로 성장한 홍대 상권은 이제 지하철 6호선 상수역 부근까지 확대됐다.

먹자골목이 들어선 홍대 '걷고 싶은 길' 지역은 전통적인 홍대 상권이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이 홍대입구 사거리에서 동교동쪽으로 치우쳐 있어 홍대를 향해 있는 홍대입구역 5번 출구까지 주된 상권을 형성했다.

동교동 삼거리에 가까운 홍대 4번 출구 쪽은 상대적으로 취약했으나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에 힘을 받는 모습이다. 4번 출구를 중심으로 양쪽에 버스를 이용하기 위한 건널목이 생기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곳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널목이 없어 지하도를 이용했기 때문에 5번 출구쪽이 홍대입구역 상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이후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4번 출구쪽으로 건너오기 때문에 이 지역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권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영업도 훨씬 더 쏠쏠해졌다. 오피스 타운이 형성돼 있는 홍대 건너편(청기와주유소 뒤편)에서 건너오는 손님들이 많아진 것이다. 건널목이 생기기 전까지는 지하도가 불편하기 때문에 주로 그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향이 강했다.

청기와주유소 뒤편의 한 횟집 주인은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후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며 “이쪽에 있는 사람들이 점심에도 많이들 건너간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로 상권이 확대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경의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 환승역이 동교동 삼거리 부근에 생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경의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이 들어설 예정인 만큼 특히 저녁 상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판대, “교통카드 충전도 안 해요”

홍대입구역 4번 출구를 중심으로 상권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곳의 가로 가판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버스정류장이 길가에서 차로 중앙으로 옮겨간 만큼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됐으나 생각보다 충격이 커 보인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기기 전 홍대입구 버스정류장은 4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에 있었고, 가판대는 4번 출구쪽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널목이 양쪽에 위치하면서 가판대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극히 드물어졌다.

이곳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후 매출이 급감했다”며 “가판 부스 사용료와 세금을 내기도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예전에는 버스를 기다리다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중앙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다시 나와서 택시를 타는 사람이 줄었다"며 "요즘 이곳을 찾는 택시도 영업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신촌도 마찬가지다. 전용차로가 생기기 전 동교동 쪽으로 향하던 버스정류장 앞 가판대는 이용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이제는 버스를 타기 위한 건널목과도 거리가 있다.

이곳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버스전용차로가 생기기 전에는 집사람과 교대로 일을 했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 돼서 집사람은 다른 일을 나가고 혼자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월 300만~4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150만원 매출도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가판대가 감옥이나 다름없다"며 "그나마 옛날에는 손님과 이런저런 얘기라도 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손님을 만나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교통카드 충전을 하는 손님이 꽤 있었는데 이것 마저 거의 끊겼다"면서 "가판대를 자진 반납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건널목 때문에 방문고객이 줄었다

가판대 외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인해 건널목이 옮겨지면서 매출이 줄어든 매장이 많다.

신촌 하나로마트 옆에 있는 한 매장의 관계자는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지난해에는 버스를 타고 와서 길을 건너기 전에 들리는 손님이 많았지만 이제는 계획해서 찾아오는 손님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반버스정류장과 인천행 고속버스정류장이 있던 근처에 있는 유통마트 올리브영도 중앙버스전용차로 때문에 장사가 뜸해졌다.

이곳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히 인천 가는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용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매장이 썰렁하다”며 “작년 대비 하루 이용고객수가 60~70명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 가는 버스 몇대를 길가 쪽에 정차시킬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널목 때문에 매출이 늘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덕분에 건널목이 새로 생겨 웃음을 짓는 매장도 있다.

신촌에서 시내방향 버스정류장 건널목은 신촌로터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현대백화점, 그랜드마트 방향 출구와 붙어있다. 특히 현대백화점 쪽 신촌로터리 부근에 있는 매장들은 가장 인기가 없던 곳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건널목이 바로 매장 앞에 생기면서 제철을 만났다.

이곳에서 속옷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건널목 혜택이 크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 매출 증가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20~30%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천행 버스정류장이 있던 곳에 위치하고 있는 패션잡화 매장도 매출이 10% 이상, 방문고객은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매장은 유통마트인 올리브영과 20m 정도 거리에 있지만 매장 바로 앞에 건널목이 만들어졌다.

이 매장의 한 직원은 “버스정류장이 있었을 때는 버스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매장에 오는 고객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 건널목을 건너온 손님들이 윈도우 전시를 보고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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