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귀차니즘이 돈이다/ 안티 귀타니즘 '빡세리즘'
'귀차니즘'.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를 일컫는 이 신조어는 요즘 날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유사어도 속속 탄생한다. '게으르-'에 '-nism'을 더한 '게으르니즘', 이타이이타이병을 바꾼 '이따가이따가병' 등.
그렇다면 귀차니즘을 지독히 혐오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할까? 포털 다음의 카페를 검색해보니 '안티 귀차니즘 모임'을 자칭한 카페가 눈에 띈다.
가입 단서는 이렇다. ① 백수 백조 가입 불가, ② 인생 빡세게 살 사람만 가입.
이름하여 '빡세리즘'(cafe.daum.net/packse)이다. 빡세리즘의 목적 또한 야무지다. "빡세게 살아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1960년부터 이룩한 경제 성장을 다시 한번 이룩하자."

그러나 운영자의 야심찬 포부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호응은 영 시원찮다. 카페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4년 2월로 그리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하지만 회원 수는 현재 단 3명. 심지어 "이 카페는 회원 활동이 없어 휴면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카페 메인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빡세리즘'의 영향력(?)은 왜 이리 미미한 걸까. 귀차니즘에 밀리는 걸까? 이에 대해 한 회원은 다음과 같은 유쾌한 해석을 남겼다.
"글이 없는 게 당연하죠. 빡세게 살아야 하는데 여기 와서 글 쓸 틈이 있나요. ㅡ_ㅡ;"(두**지님)
그러한 해석이 맞는지는 어쩐지는 몰라도 다행히 온라인쇼핑몰이나 재테크 관련 업계에는 안티 귀차니즘을 표방한 부지런쟁이들의 활약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부지런하면 '기발한 개성'이 톡톡
'계란 성형' '메추리알 성형' ….
요즘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계란 성형 기구, 메추리알 성형 기구가 인기다.
"멀쩡한 계란을 왜 성형해?" 대한민국이 성형에 관한 관심이 유독 높다지만 계란까지 성형시킨다는 것은 황당무계하게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내막을 살포시 벗겨보면 웃음을 준다.
독자들의 PICK!
"메추리알로 모양 내서 장조림하려 했거든요. 남자친구 별명이 삐약이라서 병아리 모양이 탐나서 일부러 산 건데, 열 가하니까 다시 퍼졌어요. 그래도 한번 이벤트성으로 하긴 좋아요. ㅋㅋ"(wow***님)
'계란성형틀'이란 삶은 계란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틀. 이와 더불어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주먹밥을 만들 수 있는 주먹밥틀 등 개성을 살려주는 주방 소품들이 부지런쟁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문숙 옥션 리빙 카테고리 담당 팀장은 "최근 동호회나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면서 DIY족, 셀프족들이 더욱 늘고 있고 이들을 겨냥한 관련 용품시장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즐거움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G마켓(www.gmarket.co.kr)에서도 건강 간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줄 수 있는 DIY 홈쿠킹, 제빵 제품들이 인기다. 가구, 인테리어 DIY제품도 요즘 신세대 셀프족 사이에 뜨는 아이템.
"나도 손예진처럼…." 최근 인기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가구 디자이너인 여주인공이 가구 만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DIY 가구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근래 DIY 관련 가구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정도. 간편하게 조립해 사용하는 반제품형 가구부터 DIY목재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기상 G마켓 생활가전 팀장은 "최근 출시되는 DIY제품의 경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초보자라도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푼이라도 절약" 부동산 셀프족
손품 발품을 팔며 부지런을 떨면 '돈'도 아낄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수료 절약을 위해 부동산 거래에도 셀프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중계동에서 자취방을 구하는 이희남(27) 씨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신 부동산 포털사이트를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다. 이씨는 "방값 내기도 버거운데 직거래를 하면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인터넷 직거래는 최근 중장년층에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의 부동산 직거래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는 회원수가 80여만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부동산 직거래는 수수료가 없고 지역별로 실물 사진까지 세밀하게 첨부된 매물들을 수시로 조회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경매시장에도 셀프족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입찰자 중 경매 셀프족이 60~70%가까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근래 서점의 신간 코너 상당수는 경매 서적으로 채워진다고 한다"면서 "통상 낙찰가의 1.5% 안팎에 해당하는 수수료(컨설팅 비용)를 아낄 겸 재테크 기술을 쌓기 위해 경매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빡세게 살면 '비용은 다운(down), 만족도는 업(up)된다'는 게 이들 부지런쟁이들의 '셀프 예찬론'인 셈이다.
'귀차니즘 vs 빡세리즘' 심리학으로 본 행복한 선택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귀차니스트.
근면ㆍ성실 "일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안티 귀차니스트.
과연 둘 중 누가 더 심리학적으로 건강할까? 이에 대해 김진세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은 "시대나 그 사람의 행복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현 시대의 흐름에 비춰본다면 근면 성실한 '안티 귀차니즘'이 사회에 적응하기는 쉬울 수 있다. 김진세 원장은 "과거처럼 여유 있는 시대라면 모를까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 귀차니스트는 도태되기 쉽다"고 풀이한다. 우울증 등 '병'의 단계는 아니고 단지 천성이 느릿하고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일 경우라도 스스로 불편하게 느낀다면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귀차니스트가 '부지런쟁이'로 거듭나려면? 우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 원장은 "가령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주말에 낚시를 하면서 부지런을 떨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하기 싫은 다른 일을 할 때도 보다 의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빠릿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행동은 학습의 결과라는 것. 부지런한 친구를 곁에 두면 자연스럽게 조금씩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부지런함을 즐기는 '안티 귀차니스트'도 진정 행복한 것인지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부지런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스스로 불행하다고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일에 빠진 워커홀릭(강박증), 자꾸 일을 만드는 것을 즐기지만 부산한 조증(경조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왜 이렇게 열심히 부지런히 일을 하는지 스스로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지나치게 일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또 건강을 위해서 일을 줄이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또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보면 가정을 등한시 해 배우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을 위해서 변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