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흉흉한 우회상장 업계 현주소<上>
2010년 초여름, 우회상장 업계가 흉흉(凶凶)합니다.
우회상장 대어(大魚)로 꼽히는 전기차 업체 CT&T와CMS, 그리고 우회상장으로 시장에 들어온 태양광 업체인네오세미테크가 잇따라 궁지에 몰리면서 업계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CT&T는 우여곡절 끝에 합병승인을 얻었지만, 신규우회상장 건은 거의 실종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직접 제동을 거는 사례들이 잦아지면서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볼멘 목소리들도 커지고 있습니다.
◇퇴출·합병제동…우회상장 수난시대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은 비상장사가 껍데기만 남은 상장사와의 합병으로 증시에 우회적으로 입성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수년 전만해도 붐을 이뤘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북사업 전령사였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인수했던샤인시스템의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온 뒤 흑자기업인제노정보시스템이 우회상장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심사의 덫에 걸려 퇴출되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테마주네오세미테크는 상장폐지 유예기간을 받아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녹색테마’에 편승해 공시만 믿고 투자했던 7000명의 투자자들은 지금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특히 우회상장 최대어인 전기차 업체 CT&T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합병과정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지난주 합병을 승인받은 CT&T와 CMS는 세 번씩이나 금감원으로부터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습니다.
금감원은 두 번째 정정 신고서를 제출을 요구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속 전기차 시장 잠재력과 CT&T의 목표 매출(미래가치)을 반영한 방식에 부분 제동을 건 것이죠.
그 결과 CT&T는 합병보고서 상의 기업가치를 13.2% 낮추면서 1주당 가치를 종전 5만928원에서 4만4179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합병비율도 기존 CT&T 1주당 CMS 59.7주에서 CT&T 1주당 CMS 51.8주로 변경됐습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2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내세워 직접 합병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그간 합병보고서의 '형식요건'을 중시해 왔다면 올 들어 '실질요건'을 대폭 강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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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상선(272원 ▼2 -0.73%)의 경우, 증자를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다가 거래소로부터 제동이 걸렸습니다. 유한회사인 석탄 채굴업체 우글레고르스크우골의 지분 2만3832주(43.33%)를 납입키로 했지만 거래소가 현행 우회상장 규정은 주식회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칙'우회상장은 규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우회상장 죽이기…스팩 '괴담'도 등장
7000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상장폐지 탈출을 염원하고 있는 네오세미테크를 두고 우회상장을 둘러싼 '괴담(怪談)'들도 떠돌고 있습니다.
"정부와 당국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성화하기 위해네오세미테크와 같은 우회상장 기업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문이 대표적입니다.
특혜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기업들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이 폐지됐지만, 네오세미테크만 유일하게 유예기간을 받아 재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네오세미테크는 분식에 휘말렸지만, 경영진들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달아나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우회상장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네오세미테크는 앞으로 1개월여 있으면 운명이 판가름납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적자로 나오는 등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