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되면 우린 죽습니다" 靑 게시판의 노부부

"상폐되면 우린 죽습니다" 靑 게시판의 노부부

김동하 기자
2010.06.06 15:48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대통령님,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되면 저희 노부부 죽어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광장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노부부의 사연입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네오세미테크에 관한 이야기죠.

이들 노부부는 남의 말에 솔깃해서 주식을 산 것은 불찰이지만,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합니다.

"이리저리 알아본 바로는, 심사를 받고 코스닥에서 거래된 지 몇 달 안됐고, 업종도 요즈음 자주 듣는 녹색, 환경 같은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좋아 증권회사에서 대출도 해준다고 하니 '정말 믿을 수 있는 회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식도 없이 10년 넘게 일해서 모은 돈으로 네오세미테크 주식을 샀다는 이 노부부의 아내는 육십 중반까지 파출부로 일했고, 남편은 작은 건물의 주차관리를 했다고 합니다.

"자식은 없지만 13평 전셋집이 있고, 수중에 200만원 정도 현금도 있고, 주식도 좀 있고 해서 노후에 대한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나이 때문에 일은 쉬고 있지만, 교회에서 봉사활동에도 힘껏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노부부에게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라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노부부는 매일같이 '하나님, 자식도 없고 도움 받을 곳도 없는 우리 부부를 살려주세요 '라고 기도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무식해서 내용은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에서 사먹은 음식이, 독이 들어있어서, 사먹은 사람이 죽어간다면, 백화점이 책임을 져야하나요. 아니면 모르고 사먹은 사람이 바보니까 그냥 죽어야하는 건가요?"

시가총액 4000억원에 달하던 네오세미테크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간지 40여일. 회사 측은 지난 4월15일 대주회계법인과 2009년 재무제표에 대해 재감사를 실시키로 약정했고,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는 4월22일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상장유지를 검토키로 했습니다.

이후 네오세미테크는 5월17일 신한회계법인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재감사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오세미테크 경영진은 바뀌었고, 회사 측은 3개월의 개선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재감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감사착수 일정이 10일간 연기되면서 아직 재감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주연대 측은 빠르게 진행되면 6월말이나 7월초에 감사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래소의 표어처럼 '투자는 자기책임, 결과도 자기책임'입니다.

분식을 일삼거나 부실한 기업은 상장을 폐지시키는게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시가총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를 유예시키는 것은 '특혜'라는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대의(大義)'에 묻혀 소액 개인 투자자 보호라는 또다른 중요한 정책목표가 소홀히 되고 있는지 아닌가 하는 점은 늘 갖게 되는 의문입니다.

청와대광장 게시판에는 상장이 폐지됐거나 폐지예정인 종목에 대해 100건에 가까운 탄원 글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소연할 곳 없는 소액투자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고 권력'에 기대려는 심리같습니다.

관련 당국이 냉정하게 책임을 물을 건 묻고, 보듬을건 보듬는게 증시의 상흔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