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뒤에 숨은 '진짜 순익'을 찾아라

IFRS 뒤에 숨은 '진짜 순익'을 찾아라

박성희 기자
2010.07.02 08:16

[IFRS, 투자 포인트④]투자자도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편집자주] 증시 투자자라면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회계용어를 한 번쯤을 접해봤을 것입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IFRS를 적용한 실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은 IFRS를 적용한 올해 1분기 실적을 이미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자에게 IFRS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회계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를 수 있는 IFRS적용에 따른 변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IFRS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와 투자 포인트를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제공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 올 초 정보기술(IT)업체인 '탄탄산업'은 상장기업 '잘나가 전자' 지분 100만주를 주당 1000원에 사들였다. '잘나가 전자' 주가는 지난 달 말 1200원으로 상승했다. '탄탄산업'은 2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했으나 실제 매도 차익이 발생한 게 아니어서 포괄손익계산서에 이를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분류했고, 이는 당기순익에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인 '이등 주식회사'는 보유중인 '천리안 통신' 지분 평가차익 2억원을 '단기매매금융자산'으로 분류했다. 이 덕에 '이등 주식회사'의 2분기 당기순익은 2억원 더 늘었다.

# '날아라 항공'은 새로 도입한 여객기를 10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감가상각비를 10억원으로 계상했다. 이에 반해 동일한 기종을 들인 '더 높이 항공'은 20년도 거뜬하다고 보고 감가상각비를 5억원으로 반영했다. 지난 2분기 '날아라 항공'의 순익은 '더 높이 항공'보다 부진했다.

기존 재무제표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탄탄산업'보다 많은 순익을 낸 '이등 주식회사'가, 그리고 '더 높이 항공'이 장사를 잘 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 기업이 손익을 따지기 위해 포함시킨 항목과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이 적용된 손익계산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재무제표 작성시 기업의 재량권이 크게 확대되면서 기업이 제시한 실적 공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장밋빛 전망'에 빠지기 쉽게 됐다.

일례로 '탄탄산업'과 '이등 주식회사'는 유가증권에 투자해 모두 2억원의 이익을 본 상황이지만 이를 '단기매매' 금융자산으로 보느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순익에서 차이가 났다.

'단기매매' 금융자산으로 구분한 '이등 주식회사'의 경우 당장 순익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실제 지분을 매도할 때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해당 기업이 보유한 가치 상승분 전체를 감안해 득실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LG전자(118,000원 ▲2,600 +2.25%)는 지난 1분기 매도가능 금융자산 항목에 10억8000만원의 평가손을 기재했다. 일부에선 평가손실이 아니라 당기순손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실로 다시 계상할 경우 LG전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하락하게 된다.

감가상각비의 경우 사용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매년 인식해야 할 비용이 적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반영 시기의 차이일 뿐이다. '날아라 항공'은 2분기 순익이 상대적으로 적게 잡힌 대신 이후 순익은 증가하게 된다. 비용을 조기 인식하면 나중에 실적이 악화됐을 경우 손실을 줄일 수 있어 많은 회사들은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한다.

◇ 투자자가 직접 뜯어보고 재분석해야=전문가들은 IFRS를 적용할 경우 기업의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영업권과 같은 비유동자산의 손상 △리스자산 △대손충당금 △퇴직연금 등 종업원급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LG이노텍(270,000원 ▲6,500 +2.47%)은 올해 1월 1일부터 IFRS를 조기 도입하면서 유형자산 내용 연수를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변경했다. 매출채권 대손충당률과 재고자산 평가충당금도 수정했다. 전년 동기 실적과 단순 비교해서 투자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김승종 키움증권 계량분석팀장은 "기업은 이익을 늘리기 위해 영업용 부동산은 표기하되 세금 부담이 큰 투자 목적 부동산은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영업용 부동산내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기업이 발표한 실적은 '기업 입장'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순익이 개선되면 어떤 요인 때문인지 투자자가 직접 재무제표를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 자신만의 '조정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 주석이 더 중요하다=IFRS 적용 재무제표는 최소한의 지침만 제시해 과거보다 단촐해 졌다. 손익계산서 필수 기재항목도 수익과 원가 등 9가지로 줄고 비용도 성격별로 통합됐다.

대신 주석을 통해 왜 그런 기준에 의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 신용, 유동성, 시장리스크 등 주요 판단지표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주석 해석과 과거 재무제표 맥락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IFRS에선 기업이 영업이익을 따로 표기할 의무도 없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투자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영업이익 표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방식과 여기에 기타수익 및 비용을 또 다시 가감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장석일 금감원 회계제도실 국제회계기준 TF팀장은 "기업이 영업이익 항목으로 넣은 부문이 무엇인지 반드시 주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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