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증시 투자잣대도 변한다

IFRS, 증시 투자잣대도 변한다

반준환 기자
2010.06.28 09:01

[IFRS, 투자 포인트②]PBR 가장 큰 변화 올듯

[편집자주] 증시 투자자라면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회계용어를 한 번 쯤을 접해봤을 것입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IFRS를 적용한 실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은 IFRS를 적용한 올해 1분기 실적을 이미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자에게 IFRS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회계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를 수 있는 IFRS적용에 따른 변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IFRS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와 투자 포인트를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제공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의 투자지표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질에는 변화가 없을지라도 이를 평가하는 잣대가 변화하면 기업의 성과가 크게 변할 수 있다.

내재된 수익성과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은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선순환 효과를 볼 수 있다.

IFRS가 기존 회계기준(K-GAAP)과 가장 다른 점은 연결제무재표를 주제무재표로 채택하고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공정가치 평가법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연결재무제표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의 실적을 합산하는 것이며, 시가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보다 정확히 보여준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은 경영성적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습성이 있다. 우량한 자회사가 있어도 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부동산, 건물, 유가증권 등 자산의 투자가치도 실제보다 낮게 내려잡는다.

그러나 IFRS에서는 이를 모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IFRS를 조기 도입한 기업들은 자산규모와 수익성이 크게 변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와 올해 IFRS를 실제 도입한 28곳 상장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IFRS도입전보다 28.5% 늘어난 51조613억원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268% 증가한 6조3398억원이었고 순이익은 640% 증가한 5조7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총계는 지난 연말 243조1033억원에서 올 1분기 253조8882억원으로 4.4% 증가했고, 부채는 110조4257억원에서 116조1억원으로 5.0% 늘었다.

연결재무제표에 우량한 자회사들의 실적이 더해졌고 자산재평가 결과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 등의 가치가 올라간 결과다.

이로 인한 경영지표 개선도 컸다. 매출액영업이익률 평균은 지난해 1분기 4.3%에서 올 1분기 12.4%로 증가했고 매출액순이익률은 1.94%에서 11.1%로 늘었다.

일례로삼성전자(188,200원 ▼3,400 -1.77%)는 IFRS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올 1분기 24조7765억원의 매출액과 3조60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은 3조1670억원이었다.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한 외형은 이보다 39%증가한 34조6380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2%, 26% 늘어난 4조4056억원, 3조9937억원이었다.

이는 증시 투자지표로 활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율(ROE) 등 재무지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변화는 PBR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IFRS를 조기도입한 에코에너지홀딩스는 부동산 재평가 결과로 총자산이 2008년 말 599억원에서 지난해 말 1896억원으로 216% 증가했다. 이건산업은 3450억원에서 4794억원으로 39% 늘었고 인선이엔티는 1723억원에서 2539억원으로 47% 증가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FRS도입으로 PER이 10~30% 개선되는 곳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PBR이 예전보다 절반 이상 하락하는 곳도 적잖아 자산주가 주목받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IFRS의 주요 이슈와 그 효과는 △M&A관련 영업권상각→상각중단(비용감소) △공정가치제 도입→재평가(자산·부채 증가) △예상손실 대비 대손충당금→설정중단(충당금 환입, 자본증가) △자본으로 인식한 상환우선주→금융부채로 전환(부채비율 증가) 등이다.

이처럼 IFRS의 영향권에 있는 투자지표는 많지만, 일각에서는 '찻찬 속 태풍'이라는 평가도 내린다.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아직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IFRS 연결재무제표 보다 예전 회계기준대로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 1분기 IFRS 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한 삼성전자 뿐 아니라 KT&G, LG전자 등 주요기업들도 개별재무제표로 분석한 보고서가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실적(IFRS, 연결)은 △순이익 9조7605억원 △부채비율 53.6% △ROE 14.3% △ROA 9.3% 등이었다. 증권사 리포트에는 △순이익 9조6495억원 △부채비율 28.7%, △ROE 15.4% 등으로 기재됐다.

증권가는 IFRS용 분석툴을 준비했으나 이를 도입하기 만만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FRS 도입에 따른 다양한 분석기법을 도입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개별재무제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과거에 했던 분석과 현재, 미래전망에 차이가 생긴다는 불일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IFRS를 기본으로 하면 투자분석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IFRS를 도입한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 주석은 예전 21페이지에서 61페이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짧은 시간에 투자의견을 내야하는 이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임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내놓는 분석자료는 간단명료해야 하는데,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걸리는 시간 뿐 아니라 결과물도 복잡해진다”며 “삼성전자처럼 자회사가 많은 기업의 경우 전망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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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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