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왕, 여기 잠들다>
"희망이여, 빛이여, 아득한 하늘이여~~"
아서왕, 퍼시벌, 멀린 등 주인공들의 영웅적인 무용과 신비한 마법으로 80년대 어린이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향하게 했던 만화영화 <원탁의 기사>의 주제가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덕분에 만화 이외에도 수많은 책들과 드라마가 그들의 행적을 다뤘는데, 실제 기록이 거의 없다 보니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 나온 SF드라마인 <스타게이트>에서는 그들을 고도문명을 지닌 외계인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판타지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가 그들에게서 판타지를 걷어낸다. 사실보다는 허구가 많은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그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사람들과 사건을 그렸기 때문에 진실에 가깝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가 다르다. 멀린은 마르딘, 퍼시발은 페레디르가 되었다. 널리 알려진 영어 이름 대신 웨일스 이름을 쓴 것인데, 이는 당시 아서와 브리튼족이 사용한 브리튼어가 영어보다는 웨일스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어 그들의 캐릭터 또한 현실성이 가미되었다. 그래서 아서왕은 혼란의 시대에 어울리는 탐욕스런 전쟁군주가 되었다. 작은 왕국의 군주에 불과한 그는 종종 자신을 과시하려는 수단으로 무력을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언자 마르딘은 영리한 음유시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무시무시한 마법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의 속성을 간파하고 이를 잘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특출한 것 없는 그들이 신화가 된 것은 마르딘이 “사람들은 보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만 보고, 진실이라 말하는 것만 믿는다”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그는 아서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사실을 미화했는데, 심지어 상인에게 산 명검 칼리번을 헤엄 잘 치는 그위나를 요정으로 위장시켜 아서에게 주도록 해서 권위를 높이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르딘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였고 결국 신화가 되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사실을 왜곡하게 된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지금 믿는 진실들도 편리한 대로 왜곡되었을지도 혹은 진실이 거짓으로 바뀌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깨침을 준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고,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는 건 이런 이치를 알기 때문일까. 이런 이치가 사실이라면 후세가 믿게 될 진실이 두려워진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필립 리브 지음/오정아 옮김/부키 펴냄/383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