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주 삼다수맥주를 기다리며

[기자수첩]제주 삼다수맥주를 기다리며

원종태 기자
2010.08.30 17:38

법개정으로 진입장벽 없어져… 다음달부터 본격 연구시작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지원단 고기원 단장은 요즘 유럽 맥주 '열공'에 빠져있다. 에일이나 라거, 슈퍼드라이 등 맥주 제조방법별 특장점을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다.

고 단장의 열공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일명 '삼다수맥주' 사업의 총 책임자로서 유럽식 프리미엄 맥주를 도내에서도 선보이겠다는 일념때문이다.

최근 삼다수맥주 사업은 획기적 전기를 맞았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맥주 생산시설(발효탱크) 기준을 종전대비 1/18 수준인 100kl로 낮췄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이 규제완화를 사실상 맥주 사업의 진입장벽을 없앤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진작부터 맥주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맑은 삼다수로 맥주를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문제는 투자비용이었다. 종전 맥주 생산시설 기준(1850kl)대로라면 300억원이 훨씬 넘는 투자비용이 들었다.

제주도처럼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선뜻 뛰어들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생산시설 기준이 완화되며 제주도는 150억∼200억원 정도면 맥주사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가 힘겹게 맥주사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지역경제에 이만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맥주공장 가동으로 연간 5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고, 사업초기 기준으로 연 25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 매출은 생산 5년 이후 시점에는 500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다수맥주는 도내 농가 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오는 2012년 맥주용 보리의 정부 수매가 중단되면 대부분 재배 농가에서는 배추나 무 등 월동용 채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채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농가 시름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삼다수맥주가 생산되면 전량 도내 보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삼다수맥주는 '지역민심'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삼다수맥주는 숙성기간을 1개월이상 제대로 지킨 프리미엄 맥주를 지향한다. 제주도는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삼다수맥주 연구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오는 2012년 여름, 제주도민은 물론 연간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에게 어떤 삼다수맥주를 선보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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