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안전자산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주식이 안전자산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이상진 신영투신운용 사장
2010.09.16 10:11

[머니위크 커버]재테크 가을승부수/ 주식-부동산-채권-금의 순환주기

지금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은 돈을 굴릴 데가 없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회사(Duquesne Capital Management)가 청산을 선언했다. 더 이상 고 수익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에 돈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 데다, 더블딥(Double Dip) 논쟁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가지고 투자할 만한 자산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그래서 소위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국채나 금에 대한 투자가 최근 2~3개월 사이에 급작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채 버블'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 주요 국가 국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 국채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브릭스(BRICs) 국가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채권까지도 입도선매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근한 예로 금융위기 이전에는 같은 만기(주로 10년)의 선진국 국채와 브릭스 국채는 최소 2~3% 포인트 정도 스프레드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0.5~1.0%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현재 G20개 국가의 10년 국채가 대부분 2.5%에서 3.5%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선·후진국 간의 국채금리가 수렴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의 배경에는 두가지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첫째,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 국가를 필두로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회복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최소 2~3배 빨라 이들 국가의 신인도가 한 단계 레벨 업 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나라의 국채에 대해 과거처럼 '불합리한 역 프리미엄'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

둘째, 국가재정적자나 부채비율의 경우 이머징 국가가 선진국보다 월등히 건전해 이머징 국채가 투자자산으로 선진국 국채 못지않게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채권시장 강세가 상당기간 갈 것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미국 경기회복 속도와 출구전략 시행시기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느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채권시장의 강세 기조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다. 심지어 채권시장이 결국 버블 붕괴로 끝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려 나온 유동성과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이 결합돼 사상초유의 채권강세시장이 전개될 수 있다고도 본다. 즉 버블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유사한 논리로 금 값 역시 이미 버블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부 전문가는 금 값이 온스 당 2천 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할 정도로 글로벌 금 열풍은 드세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각광 받는다고 알려진 금이 디플레이션 운운 시대에, 그것도 경기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기에 엔화를 중심으로 외환도 투기의 대상으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어 조만간 국채와 외환이 결합된 버블이 일부 선진국과 주요 이머징 국가들에게 출연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변화를 분석해 보면 투자가들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자산 순서대로 버블이 탄생하고 붕괴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듯이 보인다. 첫째가 부동산이었고 이번에는 국채와 통화다(외환은 안전이란 개념과 다소 멀지만 달러나 엔화 등 선진국 통화에 대한 신뢰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안전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안전하다고 신뢰했던 자산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부동산이 그랬고 채권과 금이 부동산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즉 처음에는 안전했던 자산이 시간이 가면서 불안전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가장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주식이 점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위치로 복귀하고 있다. 단순하게 금리와 주가를 비교하는 수익률 갭뿐만 아니라 배당수익률이 채권금리를 추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지난 25년 간 채권수익률이 주식수익률을 앞섰던 매우 비정상적인 기간의 마지막 정점에 채권시장이 접근하고 있고 머지않아 채권과 주식수익률이 반전되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시각에 따라 안전자산이 비 안전자산으로 바뀌고 비 안전자산이 안전자산으로 바뀌는 아이러니(?)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은 단기적인 증시 동향보다는 네 가지 자산 즉 부동산, 채권, 금, 주식의 순환주기와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거국적 시각이 재테크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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