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싸움' 환율전쟁, 전선 명확해지나?

'진흙싸움' 환율전쟁, 전선 명확해지나?

안정준 기자
2010.10.07 16:16

선진-신흥시장 갈등으로 수렴… 美·유럽·日 '위안절상' 한목소리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선이 명확해지고 있다.

철저히 자국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 듯 보였던 환율전쟁이 금융위기 이후 노정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간 갈등관계로 수렴되고 있는 것.

선진시장은 이제 일본의 환율방어를 두둔하는 동시에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반면 중국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은 상대적 저금리를 노리고 물밀듯 밀려들어오는 선진시장의 유동성을 '환율전쟁'으로 규정하고 자국 통화 절상을 용인치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차는 11월 서울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본격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진시장, '위안화 압박'에 한 목소리=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6회 중국-EU 비즈니스 서밋 연설을 통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전 세계의 재앙이 될 수 있으며 유로화 환율 불안정에 대한 해법은 위안화가 아니라 미 달러에서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도 이례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며 선진시장의 위안화 공격수위가 높아지자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5일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며 절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중국의 환율체계를 비판해 온 미국과 일본에 더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유럽마저 목소리를 높이는 쪽으로 선진시장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입장을 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서로 '통화방어' 용인하는 선진시장…'전열 재정비'=선진시장의 '전열 재정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선진시장은 각국 통화방어를 위한 양적완화책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서고 있다.

원 총리의 위안절상 반대 발언이 나온 것과 같은 시점에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을 통해 "자국 통화 절상을 막으려는 해로운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의 중심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본의 환율방어와 관련된 미국의 사실상 첫 번째 공식적 입장 표명이다. 지난 달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후 미 재무부는 이와 관련된 입장을 단 한 차례도 나타내지 않았다. 유럽 역시 일본의 엔고방지 대책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당시 일본의 환시 개입은 선진시장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진행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글로벌 환율전쟁이 명확한 전선 없이 철저히 자국 논리에 따라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시장이 각국 통화방어를 용인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신흥시장과 달리 저성장에 허덕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에 통화 방어를 위한 양적 완화는 경기 부양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석이조'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선진시장이 노골적으로 나설 경우 '환율방어'를 위해 블록을 형성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때문에 지난달 일본이 비판을 무릅쓰고 단독으로 양적완화에 나선 점은 선진시장에게는 울고 싶은데 뺨때려준 격과 다름없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이어 미국도 11월 5000억달러 규모의 추가적 양적완화를 추진할 명분이 쌓이고 있으며 유럽 역시 지난주에만 13억8400만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를 매입했다. 전주 대비 무려 10배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임밸런스' 공감대가 부담인 신흥시장=신흥시장은 최근 글로벌 환율갈등은 저평가된 신흥시장 통화 때문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경제환경 탓이라는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신흥시장 입장은 이날 중국 원 총리의 발언에 잘 묻어나온다. 그는 유로 환율문제가 달러 약세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한편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두 국가 경제의 특정한 구조에 기인한 것일 뿐 위안화 환율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선진시장의 주장대로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할 경우 자국 수출산업 위축과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며 글로벌 환율 문제는 개별 국가 경제의 특수성에 따라 조정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브라질과 인도, 태국 역시 외자 유입 차단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자국 인플레 압박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해 통화 절상 방지에 나서며 선진시장의 환율 공세에 대한 대항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이슈로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환율전쟁'에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입장 역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캐나다 정상회담에서는 유럽 내핍안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환율 갈등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회담을 앞둔 글로벌 경제 환경의 주요 관심사가 환율전쟁으로 수렴되며 선진·신흥시장간 환율갈등이 본격 노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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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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