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2010 연말 나눔 매뉴얼/ 재능기부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신 분들 중 작은 도시나 읍돚면 도서관에서 강연기부 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인구 20만명 이하의 소도시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 강연 모임인 '10월의 하늘'은 과학자 정재승 박사가 트위터에 올린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정 박사의 이 멘션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의사를 밝혔고 지난 9월11일 첫 모임을 시작했다. 뜻에 맞는 사람들을 추려 69명의 과학 전문가들(교수·연구원 등)이 강연자로, 64명은 행사 진행요원으로 동참했다.
자신의 재능을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내놓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물론 소통과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를 만든 SNS 전문가부터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가 강연 포스터와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했다. 또 심현보, 정지찬, 박원, 윤종신, 정원영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로고송과 공연기부로 10월의 하늘 모임을 알렸다.
이렇게 해서 올해 10월의 마지막 날 울산 울주도서관, 경기 남양주시 진건도서관, 경남 하동군 하동도서관 등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2200여명의 청소년이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행사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중소도시 청소년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재능기부, 실행해야 빛 본다
재능기부. 말 그대로 자신의 재능, 지식을 보다 공공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수혜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현했을 때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는 것. 이런 의식이 확산돼 가며 일반인들도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단법인 사회복지협의회는 이런 일반인들의 관심을 반영해 최근 '1004지역사회봉사단'을 창설했다.
1222개의 재능기부 단체를 관리하고 있는 1004지역사회봉사단은 봉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봉사처를 제공한다. 5명 이상이 모인 동아리라면 1004지역사회봉사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나눔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시설봉사, 프로그램보조, 이미용, 재활서비스, 문화예술, 재가대상, 보건의료, 집수리, 학습 및 교육, 차량이동, 기술 및 기능전수, 상담, 행정보조 등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대학생 박종경 씨는 1004지역사회봉사단에 속한 비영리 과외봉사단체인 '이루미'에서 교사로 활동한지 어느덧 두달째에 접어들었다. 그는 일주일에 2번, 하루에 4시간 동안 형편이 어려워 과외를 받지 못했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도 다니지 못해 기초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과외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점이 안타까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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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봉사단체인 굿네이버스도 재능기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ni.kr) 내 '능력나눔 뱅크'에 신청하거나 직접 전화(02-6717-4000)로 문의하면 동참할 수 있다.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활동 가능한 분야(사진, 영상촬영, 디자인, 웹기획, 마술, 번역 등)와 연락처를 남기면 가장 가깝고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지부로 연결해준다.
이밖에 아름다운가게와 월드미션 등도 재능기부를 받고 있다. 사무보조, 디자인관련 봉사, 언어 봉사 등 필요영역에 따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활동가로 나설 수 있다.

수혜자-봉사자 모두 만족
재능나눔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소외이웃을 보다 전문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봉사자와 수혜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특히 비영리 단체가 지출해야 하는 행정비도 줄일 수 있어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단체의 예산이 다른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내고 있다.
양진옥 굿네이버스 나눔사업본부장은 "재능나눔은 기존 자원봉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존 자원봉사를 포함해 개인이 가진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자원봉사의 양과 질을 높이는 '전문 자원봉사'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재능나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올 한해 홈페이지를 통한 신청자 수가 지난해 대비 약 3.8배에 이를 정도다.
양 본부장은 "재능기부자들은 자신이 가진 작고 소소한 능력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보람을 느낀다"며 "능력나눔이 자원봉사를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봉사의 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 가는 날은 아팠던 몸도 멀쩡해져요"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 금혜령 씨
7년 전부터 인형극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웃음을 선사해온 어르신이 있다. 68세인 금혜령씨(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그 주인공. 금씨가 소속된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은 굿네이버스 소속이다. 이 인형극단은 65∼87세 노년층이 활동하는 인형극단으로, 춘천세계인형극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내용을, 어른들에게는 감동이 있는 가족연극을 선보여 호응도가 높다.

금씨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정정하고 밝은 기운이 넘쳤다. 젊게 사는 비결을 묻자 "인형극을 통한 나눔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 15년간 시장에서 작은 가방가게를 운영했던 금씨는 나이가 들자 장사를 접고 쉬다가 실버인형극단에 대해 알게 됐다. 손녀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른 것. 금씨가 속한 인형극단은 매주 2회씩 모여 인형을 만들고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지난해와 올해는 공연회수가 250회를 넘었다.
"나눔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봉사를 받는 기분이에요. 공연을 다니며 내가 아직 건강한 것에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죠. 그러다보니 표정도 많이 밝아졌어요. 무엇보다 우리 공연을 보고 감명 받는 노인이나 아이들을 보면 참 뿌듯합니다."

그래도 60대 후반 인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 금씨는 어깨가 아파서 6개월간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참 이상하지요. 평소에는 골골하다가도 공연만 하고 나면 기운이 넘칩니다. 그래서 우린 공연할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