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비경기 전망이 어떨 것 같습니까?"
"내년에는 더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겠지요?"
"아니, 장바구니 경기가 좀 좋아질 것 같냐구요?"
"연평도 도발로 잠잠해졌지만 내년엔 수사 받는 기업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요?"
기자가 최근 식음료업계 한 임원과 내년 실물경기 전망에 대해 나눈 대화다. 경기 전망을 물었는데도 돌아온 대답은 '복지부동'이니 '검찰수사'니 하는 말들이었다. 동문서답은 좀 더 이어졌다.
"내년에 기업 수사 받을 일이 있나보죠?"
"요새 만나는 사람마다 내년 걱정을 하니까 그렇죠."
"기업들이야 열심히 돈만 벌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얼마나 덜 까먹느냐가 문제에요."
대화가 이쯤 되자 이 임원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납짝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배경도 눈에 들어왔다. 이 임원이 속한 식음료업체는 지난 6월 이후 곡물 가격 폭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지며 주력 사업에서조차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 자칫 잘못하면 내년에 적자폭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끙끙 앓고만 있다. 폭등한 원재료 값을 반영해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은 이른바 'MB물가'에 포함돼 정부가 가격인상을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방법으로 막고 있다. 일부 곡물 가격이 불과 5개월 새 최고 100%까지 올랐는데도 회사 측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구조를 고수해야 한다.
이 임원이 사정 한파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기업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며 '가격 인상' 같은 표현을 꺼내지 조차 못하는 분위기를 우려해서다. 최근 동부증권이 내놓은 '2011년 식음료 업종 전망' 보고서는 내년 식음료업계 4가지 시나리오 중 최악을 '가격인상이 불가능'한 경우로 꼽았다.
지금 일부 식음료 업체는 적자를 감내하면서 물가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기업들의 가격인상에 관여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체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