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준비부족 상태에서 베스트셀러됐다”

“자문형랩, 준비부족 상태에서 베스트셀러됐다”

김성욱 기자
2011.02.28 10:11

[머니위크 커버]랩 폭탄 진단/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자문형랩이 투자상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기만큼 여러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나친 대형화, 자금 쏠림에 의한 시장 왜곡 가능성, 주가 하락 시 자금이탈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랩 폭탄'이란 말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자문형랩 수수료가 증권업계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우리나라 자문형랩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물었다.

Q. 최근 자문형랩을 중심으로 랩 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분산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대안상품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ELS 등이 나왔다. 하지만 이 상품은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중간적인 성격을 가진 상품으로 부각된 것이 랩이다.

랩은 자기계좌를 유지하면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집사를 고용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실적도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에 펀드에 실망한 고객들이 많이들 옮겨갔다.

Q. 자문형랩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 랩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A. 랩에 대한 한계점은 인정해야 한다. 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펀드와 고수익을 추구하는 ELS 사이에 있는 상품이다. 즉 트레이드오프(trade off : 어느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상충 관계)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랩은 기본적으로 종목 수를 늘려갈 수 없다. 이는 랩의 특성이고,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모든 상품에는 유행이 있는데, 이를 반짝하고 끝나는 베스트셀러로 만들 것이냐,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와 자문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랩어카운트는 중요하고 좋은 개념이다. 일반인이 못 보고 있는 것을 전문가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이다.

랩이 펀드의 대안으로 부각됐지만, 이를 'or'가 아닌 'and'로 봐야한다. 자본시장에 메뉴가 다양하게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Q. 자문형랩으로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 증시가 급락할 때 과거 펀드런과 같은 인출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A. 자금의 쏠림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따라서 관계자들이 고민을 하지 않으면 베스트셀러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스테디셀러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은 비율이 중요하다. 랩은 이 비율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상품이다. 맞춤형 상품이라는 특성에 맞게 주식 외에도 펀드, 채권 등으로 배분을 잘 해야 한다. 랩을 발전시킬 생각이 있는 전문가라면 동일한 전략보다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만약 이러한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인출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투자자들은 다시는 랩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랩이 스테디셀러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따라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Q. 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자본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나?

A. 랩은 기본적으로 고액자산가가 많아야 가능한 선진국형 상품이다. 즉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면서 점점 커질 수 있는 시장이다.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랩이 스테디셀러가 되면 운용자산이 늘어나 자본시장이 성장하고 산업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시장 자체도 발전한다.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해질 수 있다. 투자자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노후가 안정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랩시장이 성숙하면 향후 헤지펀드 속성을 가진 상품도 출시될 수 있다. 일반 펀드에서 헤지펀드로 한번에 옮겨갈 수는 없기 때문에 랩이 그 중간단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랩의 성장은 자금운용시장을 고도화시키고 시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Q, 최근 자문형랩 수수료 논쟁이 벌어졌다. 랩 수수료를 어떻게 보나?

A. 미국의 헤지펀드를 보면 기본적으로 운용수수료 2%, 성과급이 20%다. 잘하는 펀드의 경우는 운용수수료 5%, 성과급이 50%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의 절반을 매니저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무형의 자산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가분석도 안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좋은 서비스와 수익에 대해 대가를 지불할 준비를 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대가를 지불해야 좋은 매니저가 많아지고 당연히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질과 양 모두가 성장하는 것이다.

적절한 수수료 수준은 미국의 헤지펀드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아직 성과급 개념이 없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을 인정해 준다는 차원에서 수수료를 높여도 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이 높으면 수수료를 많이 받고, 그렇지 않으면 수수료를 낮추는 세분화된 시장이 필요하다. 랩은 맞춤형 상품인데 노선버스처럼 모든 랩에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고객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면 낮춰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랩 초기단계다. 모든 상품이 처음에는 실험적인 면이 강하다. 어떻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지 수수료가 높다 낮다 논쟁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종사자들은 수수료 논쟁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 상품을 어떻게 빨리 정착시킬 것인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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