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 너무 높다' 인도 시위..亞인플레 심각

'식품 가격 너무 높다' 인도 시위..亞인플레 심각

권성희 기자
2011.02.24 15:35

리비아에서 폭력사태가 악화되며 중동내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도 물가 급등에 따른 민심 동요를 우려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내놓는 보조금 확대 등의 물가 부담 완화책이 재정부담을 늘리고 경제를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4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에 따르면 인도 델리에서는 오는 28일 정부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2만5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수백만명의 인구가 저임금으로 근근히 살아가야 하는 인도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아시아 일부 국가에 점점 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AWSJ는 지적했다.

대부분이 노조원인 시위대는 식료품 가격 상승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한 때 주간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1년전 대비 18%까지 치솟았다.

최근 몇 주일간은 곡물 생산이 늘어나며 지난 5일까지 주간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11%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가격 수준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저소득층에 대한 식비 지원을 1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 규모로 증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이미 저소득층이 밀과 쌀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보조금 지급 항목을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2%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오히려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보조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존 창 홍콩 재무장관은 23일 한시적으로 일반 가정에 대해 전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두달간 공공주택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물가 안정책을 발표했다. 홍콩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4%였지만 올해는 4.5%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 18일 물가 상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 환급과 감세안,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 보조금 지급 방안 등을 발표했다.

싱가포르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로 한달 전 4.6%보다 더 확대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로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1월 물가는 주로 교통비와 주거비가 끌어올렸다.

싱가포르는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고 식료품 가격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비해 임금 인상은 상당히 낮게 유지됐다. 이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저임금의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외국 근로자들이 늘어 일자리를 뺏기는데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8일 외국 근로자를 고용할 때 기업이 내야 하는 부담금을 높이기로 했다.

싱가포르 씨티그룹의 키트 웨이 젱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지금 수급이 매우 팽팽한 상태"라며 "임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되고 있으며 1~2%의 저인플레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종 보조금 지급이 재정 부담을 늘리고 경제를 왜곡시켜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소비자들이 능력 이상으로 지출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각국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다른 지역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은 보조금 지급 외에도 금리를 올려 경기 성장세를 둔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가 이미 과열 수준에 가까운 위험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박동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거시경제에서 단 하나의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의 싹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베트남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31%로 2년만에 최고로 높았다. 이는 1월의 12.17%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은 베트남 정부가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과열됐다고 보는 경제를 아직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용을 과도하게 확대한 것이 물가 불안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베트남은 큰 폭의 무역적자로 자국 통화인 동화 가치가 떨어지고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태다.

무역적자가 늘자 베트남은 지난 11일 동화의 가치를 달러 대비 8.5% 절하했다. 이는 14개월간 4번째 가치 절하다. 동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베트남은 금리를 올리고 신용 증가율을 낮춰 경제 성장세를 서서히 낮춰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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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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