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금융이론에서는 시장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 100년에 한두 번, 극히 이례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만 봐도 금융시장을 뒤흔든 대사건은 10년에 한두번꼴로 발생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검은 백조', 즉 블랙스완이라고 한다. 블랙스완은 임피리카 캐피털의 대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에 발간한 저서 제목이다. 탈레브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백조가 흰 색이라고 생각하지만 검은 백조가 한 마리만 나타나도 이 생각은 틀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호주에서 흑조가 발견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금융시장에서도 엄청난 사건이 100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투자했다가 블랙스완이 등장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예상보다 자주, 거의 10년에 한두 번꼴로 나타나는 블랙스완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투자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와 탈레브의 저서를 통해 '블랙스완을 만나 살아남는 방법 5가지'를 정리했다.
1. 분산 또 분산하라
블랙스완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분산 투자다. 분산이란 원금 리스크(주식), 이자 리스크(채권), 인플레이션 리스크(예금) 등 서로 다른 리스크를 가진 자산들을 다양하게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 산업별, 국가별, 투자 유형별로도 자산을 여러 곳에 분산시켜 놓으면 위험에 따른 손실을 제한하는 효과가 더 커진다.
트웨델 골드버그 자산관리의 스티브 골드버그 대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블랙스완'과 매끄럽게 만나려면 특정 자산에 너무 많은 자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돈을 여러 곳에 쪼개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2. 현금이 왕이다
언제든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처럼 대지진이 발생하면 며칠씩 은행 ATM기를 이용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집에도 어느 정도 현금을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블랙스완'은 직업과 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많은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직업을 잃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3~6개월의 생활비는 언제든 찾아 쓸 수 있게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현금성 자산이 있으면 '블랙스완'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주식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브래디 투자자문의 데이비드 브래디는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현금을 갖고 있으면 금융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저평가된 자사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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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은 '머스트-해브(Must-have)'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재정적인 안전판으로 금만한 자산은 없다. JMK자문의 칼 밀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수시로 발생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현금, 그 다음은 금"이라고 지적했다.
밀스는 '블랙스완'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5~10%를 금으로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또 "격동의 시기에 숨을 곳은 많지 않다"며 "기껏 현금과 단기 국채, 금 정도인데 금은 변동성이 가장 크긴 하지만 상황이 암울해질수록 가장 든든한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쟁처럼 현금도 소용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4. 파생상품 투자도 주저하지 말라
'블랙스완'의 저자 탈레브는 현물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현물 주식을 산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믿음에 돈을 거는 것이다. 탈레브의 관점에서 '블랙스완'이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세상에 주식 투자는 도박과 바를 바 없다.
탈레브는 임피리카 캐피탈의 자산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다. 나머지 극히 일부를 행사가격이 극단적으로 낮은 콜옵션과 풋옵션에 투자한다. 평소에는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로 쌓이지만 전혀 이례적인 사건이 터져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면 한꺼번에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된다.
탈레브처럼 블랙스완이 등장했을 때 '한방'을 올리기 위해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손실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파생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최저한의 금액을 지급 보증해주는 보험 상품도 활용할 위험 회피책으로 가능하다.
도벌&촌 금융자문의 대니얼 도벌은 "일정 금액이 지급 보증되는 보험이나 옵션 등으로 손실이 제한되는 투자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면 시장이 급변동할 때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블랙스완이 나타났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또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자.
5.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라
오른 자산은 팔고 떨어진 자산은 사라. 언뜻 어리석게 들리지만 각 자산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포트폴리오 내에 주식 비중이 높아진다. 이를 그대로 놓아두면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을 때 기껏 벌어들인 이익이 크게 줄거나 혹은 원금까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목표로 하는 자산 배분의 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오른 자산을 팔고 떨어진 자산을 사는 전략은 투자자산을 비싼 가격에 팔아 싼 가격에 사는 효과가 있다. 전미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찰스 랏블럿 편집장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 2007년 고점 때 주식을 팔고 2009년 저점 때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보통 재조정은 6개월 혹은 1년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요즘 같은 시대엔 포트폴리오 비중이 3~5% 가량 변했을 때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