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가 떠도 '여주'만 하랴

'파주'가 떠도 '여주'만 하랴

지영호 기자
2011.03.31 10:44

[머니위크 커버]프리미엄아울렛 전성시대/ 다시 찾은 여주아울렛

지난 3월17일, 최우열 신세계첼시 대표는 파주프리미엄아울렛 개장을 앞두고 방문객 목표치를 ‘연간 300만명에서 최대 400만명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연간 300만명은 2009년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의 80% 수준이다. 파주 돌풍이 매섭지만 여주의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자체 예상이다.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이 개점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여주 리미엄아울렛의 위엄은 건재한 편이다. 파주프리미엄아울렛 개장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3월 말, 오히려 여주에 위치한 신세계첼시 1호점을 찾았다. 지난 2008년 11월 현장을 찾은 이후 2년4개월 동안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따져 보았다.

◆브랜드 파워, 여주 ‘승’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2007년 6월 신세계와 미국 아울렛 1위 업체인 첼시프로퍼티그룹이 절반씩 투자해 만든 매장이다. 지금은 첼시 지분을 사이먼 프로퍼티가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영동고속도로 여주톨게이트에서 가까워 강원도 여행자들이 오가며 들르는 필수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물론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기 위해 먼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다시 찾은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이전보다 규모가 커졌다. 2007년 6월 개점 당시 점포 120개, 키오스크 매장(인도에 배치된 미니상점, 일종의 노점상이다) 8개에서 지금은 각각 140개와 14개로 늘었다. 발리, 보테가베네타, 크리스찬 디올, 펜디 등 그동안 없던 명품이 입점하면서 진용을 강화했다.

이들은 1.5매장으로 불린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의 초기 입점 매장이 1.0 버전이라면 신규 매장은 1.5 버전이라는 의미다. 1.5매장은 중앙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이지만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평일 낮임을 감안하더라도 중앙광장 양편의 통로에 비하면 고객들의 왕래는 거의 없다. 아직은 어색한 모양새다.

파주와 비교하면 여주의 위상은 어떨까? 외관상으로 보면 160개 매장을 가진 파주가 우월해 보이지만 브랜드 면면을 따져보면 여주의 승리다. 명품이라고 불릴 만한 브랜드의 수가 파주의 2배이기 때문이다.

여주에만 있고 파주엔 없는 명품 브랜드는 2008년 말 신규 입점한 대부분의 브랜드를 비롯해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입생로랑 등이다. 파주는 코치, 질 샌더, 토니 버치, 루이까또즈 등이 입점했지만 여주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여전히 여주가 건재하는 이유다.

◆외국인은 이슈에, 내국인은 날씨에 '민감'

현장을 찾은 것은 평일 오전 11시경. 지난 2008년 11월 현장에서 유독 많이 보였던 외국인 고객들은 이날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대형버스도 한대를 본 것이 고작이다.

정상기 신세계첼시 마케팅팀장은 “일본인 방문고객은 2009년 1만명에서 지난해 4000명가량으로 줄었다”면서 “과거 엔고 등 환율로 인한 가격 할인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내방객의 수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 긴장되고 있는 남북관계도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도 한반도 입성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첼시 측은 외국인 고객 수가 줄기는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일본인 관광객 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에 불과하고 외국인 고객 수 역시 연 12만명 정도라는 입장이다. 신세계첼시 측이 밝힌 외국인의 비율은 대만이 65%, 싱가포르 10%, 말레이시아 8%, 중국 5%, 일본 3% 순이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 마케팅 회의에서 가장 먼저 챙기는 1호 뉴스는 날씨다. 이유는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여타 유통 매장과 달리 야외에 조성되서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내방객의 수가 크게 줄어든다. 심지어 비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로 인식되기 일쑤다. 폭설이 많았던 올 겨울에는 전 직원이 1주일 내내 눈만 치우느라 사실상 개점휴업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날씨에 익숙했던 첼시프로퍼티가 한국의 계절변화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파주를 접근도가 떨어짐에도 3층으로 구성하고 개방감을 낮춘 것도 여주의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심리 파악한 남다른 판매 전략

100만원짜리 제품 60% 할인=>매출 상승

100만원짜리 제품 30만원 균일가 =>판매 부진

이상한 일이다. 똑같은 상품이지만 여주에서는 40만원에 판매하는 편이 30만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잘 팔린다. 어찌 된 일일까?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는 ‘균일가’는 없고 ‘할인율’만 있다. 백화점 등 시내 유통매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균일가 전략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가격이 주는 위협 때문이다.

대신 프리미엄아울렛에서는 할인율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세운다. 프리미엄아울렛이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벌이는 터라 가격을 낮추고 강조하는 것보다 할인율을 강조하는 편이 오히려 이로울 때가 많다.

보통 동종 브랜드별로 묶어서 배치하는 유통업계의 불문율도 이곳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나이키 매장이 동쪽 끝에 있다면 서쪽 끝에는 아디다스 매장이 있다. 마찬가지로 폴로와 빈폴도 양끝에 입점해 있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들을 한곳에 배치하지 않는 이유는 유동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제품을 비교하려면 고객들은 긴 동선을 거쳐야 한다. 그 사이 다른 상품이 노출된다. 매출을 늘리기 위한 신세계첼시만의 독특한 전략이다.

집적효과로 아류 아울렛도 등장

“여주프리미엄아울렛 1.5매장이 여긴가?”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을 불과 500m 남겨두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매장들이 눈길을 잡는다.

지난해 11월 개점한 여주 375st(375스트리트)라는 아울렛이다. 신세계첼시와는 무관한 민간사업자가 분양한 개별 소유 상점이다. 품목은 겹치지 않는다.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국내 브랜드 위주의 구성이다. 70여개의 매장이 들어선 제법 규모가 있는 아울렛이다.

외관은 여주프리미엄아울렛과 상당히 닮았다. 건물 옆면은 베이지색, 지붕은 적갈색으로 칠해 처음 온 사람이라면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매장 앞까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는 점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과 외관상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닮은 꼴 매장이다보니 고객들도 혼란스럽다. 한 숙녀복 매장 직원은 “착각하고 오는 고객 수가 적지 않다”며 “그쪽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신상품도 판매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이월상품을 25~65%의 한도 내에서 최소할인율을 일괄 적용하는 반면, 이곳은 객장 자율에 맡긴다.

이미테이션 매장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상당하다. 오픈 한달 만에 상점별로 1억원대 매출을 자랑할 정도로 성황이다.

한편 상권은 앞으로 더 번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정지작업을 마친 토지가 서너곳에 이르고 있어서다. 진입로와 인접한 토지를 매물로 내놓은 한 토지주는 “도로와 인접해있고 아울렛과 가까워 매수문의가 꾸준한 편”이라면서 “다만 가격이 맞지 않아 계약까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아울렛 하나로 여주 톨게이트 인근이 후광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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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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