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회장님의 스포츠 사랑/ CEO 경기단체장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다. 두차례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를 외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는 사람들 중에는 현직 대기업 총수들도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 등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기업인들이 국제 스포츠대회의 국내 유치를 위해 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86년 서울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를 위해서는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이었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현대중공업 대주주)의 힘이 컸다.
기업인들은 대형 국제 스포츠 유치에만 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스포츠의 성장에도 기업인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야구, 축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주체는 바로 이들 대기업이다. 또 스포츠가 해외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선양을 하는데도 기업인들이 뒤에서 지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스포츠를 육성하고 지도·감독하는 단체인 대한체육회 산하에는 총 58개의 가맹경기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그런데 이들 경기단체의 회장을 보면 대부분 기업의 대표들이다. 그리고 58개 경기단체 중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CEO가 회장을 맡고 있는 곳은 10곳이 넘는다. 여기에 전직 CEO와 각 경기단체의 부회장 또는 명예회장에 있는 CEO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가히 CEO의 스포츠 사랑이며,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을 이들 기업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단체장 맡고 있는 그룹 총수家
10그룹 총수가 직접 경기단체장을 맡고 있는 곳은 핸드볼협회와 탁구협회가 유이(唯二)하다. 대한핸드볼협회의 회장은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며, 대한탁구협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현직 경기단체장은 아니지만 이건희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이 회장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간 레슬링협회장을 맡아왔다. 현 레슬링협회 회장은 천신일 세중 회장이다. 10대 그룹은 아니지만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몽준현대중공업(476,000원 ▲15,000 +3.25%)대주주는 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나고 축구협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맡고 있지는 않지만, 총수의 가족으로 범위를 넓혀 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의 아들인 정의선현대자동차(513,000원 ▼19,000 -3.57%)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에 있으며,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구평회 E1 명예회장 아들)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제일모직사장(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남편)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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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SK그룹의 1세대 전문 경영인이었던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현SK텔레콤(100,000원 ▲1,200 +1.21%)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에 있으며, 한국건설경영협회장에 있는 변탁태영건설(2,025원 0%)부회장은 대한스키협회 회장이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회장은 대한체조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경기단체 '회장님'은 아니지만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대한 아이스하키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 10대그룹 중에서는 LG, 롯데, GS, KT, 두산그룹 등은 그룹 총수는 물론 계열사 대표도 경기단체장을 맡지 않고 있다. IOC 위원을 역임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체육회 수장과 대한유도회 명예회장에 있을 뿐이다.

◆당연직처럼 단체장 맡는 CEO
기업인이 맡고 있는 경기단체를 보면 해당 스포츠와 연결고리가 있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승마협회다. 현 승마협회장은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이다. 또 대한조정협회장은 이종철STX(3,530원 0%)지주 부회장이 맡고 있다. 마치 연관된 기업의 CEO가 단체장으로 취임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역대 회장단을 보면 이런 연관성은 전혀 없다. 승마협회장을 마사회 회장이 맡은 경우는 이번이 두번째다. 또 조정협회는 80년대에는 구자학, 허신구 럭키 대표가 맡았다. 해양산업과 관련된 기업이 맡은 것은 이종철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러나 경기단체 현재 회장과 역대 회장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어떤 그룹이 어떤 스포츠에 애정을 표해왔는지 알 수 있다.
레슬링협회의 경우 이건희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회장이 82년 제21대 회장에 선출된 이후 97년 IOC 위원이 돼 24대 회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15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이건희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선수로 2년간 활동을 했으며, 59년 전국대회에 웰터급으로 출전해 입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고교시절 레슬링을 했던 추억을 잊지 못해 레슬링협회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정도로 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 사랑도 이에 못지않다.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 회장의 힘이 컸다.
정 회장은 85년 양궁협회 2대 회장에 취임한 후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을 역임하면서 끊임없는 양궁 사랑을 키워왔다. 정 회장 이후 회장직을 맡은 인물도 모두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들이다. 6~7대 회장은 유홍종 현대비엔지스틸 대표, 8대 회장은 이중우 현대다이모스 전 대표다. 그리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9, 10대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양궁협회 1대 회장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맡은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은 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 체육단체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
지난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승훈, 이상화, 모태범 등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첫 금메달을 땄을 때 함께 뜬(?) 기업이 기아자동차였다. 기아차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에 지원을 하고, 이들이 기아차 CF에 출연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빙상경기에 가장 적극적인 지원을 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현재 회장도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다. 삼성그룹은 김 사장이 빙상경기연맹 회장직에 걸맞게 하기 위해 부사장 승진 3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시켰을 정도다.
김 사장이 빙상연맹 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박성인 회장이 맡아왔다. 박 회장은 삼성스포츠단 고문을 역임했으며, 이건희 회장이 레슬링협회장을 역임했을 당시 레슬링협회 부회장이었다.
삼성그룹에서 밀고 있는(?) 스포츠는 또 있다. 현 대한육상연맹 회장은 2009년 취임한 오동진 씨(22대 회장). 그는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오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배출한 첫 육상연맹 회장은 아니다. 20, 21대 회장도 전 삼성그룹 계열사의 CEO였다. 20대 이대원 회장은 제일모직 대표, 삼성그룹 기계소그룹 총괄 부회장, 삼성자동차 부회장,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21대 신필렬 회장은 삼성의료원 부사장, 삼성라이온즈 사장 등을 역임한 삼성맨이었다.
포스코(415,000원 ▲4,500 +1.1%)는 체조협회와의 인연이 깊다. 아니, 체조협회와 포스코가 같이 간다고 하는 것이 맞다. 지난 85년 고준식 포항제철 사장이 체조협회장을 맡은 이후 안병화·정명식 당시 포항제철 사장과 김만제·손극석 회장, 박득표 포스코개발 회장, 그리고 현재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까지 26년간 포스코 계열사 CEO가 체조협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선출된 이후 핸드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을 리모델링해 핸드볼 전용경기장(SK핸드볼경기장)을 마련 핸드볼인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기도 했다.
또 최 회장은 핸드볼협회 2기 임원진에 계열사 임직원을 대거 포진시켜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핸드볼협회 부회장에는 김준호 SK텔레콤 사장이 있으며, 한정규 전 SK 전무는 아예 핸드볼협회로 파견해 역시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김기영 핸드볼협회 기획재무이사 역시 SK그룹 사람이다.
한편 역대 회장들이 재직했던 기업들이 현재는 불행한 위치에 놓인 경기단체도 있다. 요트협회의 1대 회장은 최형로 톰보이 대표, 2대 회장은 이종록 삼익주택 대표, 3대는 김철호 명성그룹 회장, 4대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5대는 이석희 대우그룹 부회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초기 5명의 회장이 속해있던 기업들이 하나같이 부도로 사라졌거나 주인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