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빼고 아빠랑 캠프 가요"

"엄마 빼고 아빠랑 캠프 가요"

문혜원 기자
2011.05.06 11:37

[머니위크 커버]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기 살려 주는 기업

'어버이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주세붕의 시조처럼 지금껏 아버지는 낳기만 하면 끝(?)이었는지 모른다. 각종 회사업무와 야근으로 쉴 틈 없는 아빠에게는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거나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5일제가 시작됐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등골 빠지게' 일하다 보면 남은 주말은 그저 쉬고 싶은 게 아빠의 진짜 마음 일지 모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내에게 가정을 맡기고 '돈 벌어 오는 기계' 쯤으로 전락해 버린 게 우리 아빠들의 슬픈 현실.

그런 가운데 아빠의 기를 살려주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아빠와 단둘이 떠나는 체험 행사를 마련해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해주거나, 가족의 주말농장을 지원해 여가를 보내게 해 아빠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 외환은행 '소외된 아빠 위한' 아빠랑 둘이서

외환은행은 매년 5월이면 외환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아빠랑 둘이서 사랑의 가족캠프'를 진행한다. 올해로 벌써 13년째. 이 캠프는 아빠와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학습으로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레크레이션, 장기자랑 등 유쾌한 시간과 함께 세족식, 나이트워킹(night walking) 프로그램 등으로 아빠와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숲속에서 아빠와 함께 1박2일을 지내다 보면 엄마는 모르는 추억거리가 생겨난다.

이 행사를 담당하는 박성선 외환카드 마케팅부 차장은 "모든 가족 행사가 '엄마 중심'인 것과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간"이라며 "자녀와 함께할 기회가 적은 아빠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녀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캠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행사는 100가족 모집에 2000~3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아빠가 직접 응모를 하기도 하지만 자녀와 친해져 보라는 엄마의 몰래 신청도 많다고 귀띔한다.

박 차장은 "당첨 확인 전화를 걸면 자신은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당황해 하는 아빠들도 많다"며 "처음에는 어떻게 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느냐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숙소는 자녀의 학년, 성별로 묶어 펜션 한채를 나눠쓴다. 다른 가족이라 낯설어하던 아빠들도 아이들 문제를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사춘기를 맞은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박 차장은 "어쩌면 카드사 직원으로서 '일'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얻는 게 많다"며 "다른 일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힘들지만 달라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니 보람있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또 "내가 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버는지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현대중공업, 가족행사에 적극 지원

현대중공업(476,000원 ▲15,000 +3.25%)은 1994년부터 16년째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 동구 주전동의 1만2200㎡(3385평) 규모가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이다. 3.3㎡에 5000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16.5㎡(5평), 33㎡(10평), 66㎡(20평) 단위로 임대하고 있다. 사원의 호응도도 높다. 지금까지 가족농장에 참여한 직원 가족만 해도 2만여명.

올해로 2년째 가족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학 의장1부 차장 역시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이 주말농장에서 매주 주말을 보낸다. 이 차장은 "울산지역도 공업지역이라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할 기회가 적다"며 "아이들과 함께 농장을 가꾸며 주말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자신의 텃밭에서 가족과 함께 오이, 가지 등을 키운다.

이 차장은 "전남 구례 출신인 아내가 더 좋아한다"며 "어릴 적 오이 하우스를 했던 경험이 있는 아내에게는 고향향수를 느끼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아빠의 기를 살려주는 셈"이라며 웃어보였다.

외환은행 '아빠랑 둘이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주시영 씨

"소중한 추억…캠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주시영 씨는 자신을 '하은이 아빠'라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는 주씨는 오랫동안 외환카드를 사용하다가 우연히 '아빠랑 둘이서' 프로그램을 알게됐다. 주씨는 딸애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신과 대화가 줄어들어 섭섭함을 느끼던 차였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추첨에 당첨됐지만 아이의 반응은 "안 가면 안돼?"였다. 아내의 반응도 마찬가지. '놀토'도 아닌데 카드회사 행사에 굳이 가야하냐고 핀잔을 줬다. 처음부터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주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당첨됐기 때문에 안 가면 안 된다고 둘러댔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여행을 자주 다녀야 한다고 생각이에요. 그럴 여력이 없다가 카드사에서 비용도 대 주고, 숙박도 제공해주니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고 여겼죠."

주씨는 사실 특별한 기대는 갖지 않았다고 한다. 1박2일 사이에 딸애랑 얼마나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딸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채워졌고 갖은 체험활동으로 함께 작은 성취를 맞봤다.

"딸애랑 같이 나무로 액자를 만들어 와서 집에 걸어두었어요. 볼 때마다 항상 그 때가 생각나서 아직도 미소 짓게 됩니다."

주씨는 딸아이와 함께 장기자랑에서 상을 받은 것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

"둘이서 뭐할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나비야'를 불렀어요. 딸애는 노래를 하고, 전 율동을 하구요. 그렇게 해서 특별상을 받았는데 그 기억이 참 좋아요. 둘만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었거든요."

주씨는 지금도 공부하다가 딸이 힘들어하거나 지치면 "우리 그때 1등 했었잖아. 잘할 수 있어"하며 용기를 북돋는다. 아이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낼 거리가 생긴 것이다.

어느 새 1년이 지난 캠프. 주씨는 그 동안 그때의 감정이 많이 희석됐다고 말하다. 다시 차츰 딸아이와 벽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고.

"그래도 언제 딸과 함께 이런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소중해서 올해는 둘째아이와 다녀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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