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잠시 해외로 출장 나간 사이에 국내에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른바 포름알데히드 사료 우유 파동이다. 포름알데히드를 처리하여 제조한 사료로 DHA 함량이 높은 우유를 생산해오던 매일유업이 언론의 과도한 보도에 곤혹을 치르고 있고,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의 본말을 알아본 결과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지구상에서 인간은 음식을 섭취하고, 동물은 사료를 먹고 살아간다. 인간이 먹는 음식을 조리, 가공하듯이 사료도 동물의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서 가공이 필요하다. 포름알데히드를 미량 사용하여 가공한 사료를 썼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이 포르말린 우유되는가?
매일유업이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양은 미국 FDA가 안전성 검증 끝에 사용해도 된다는 허용치인 650 ppm의 20분의 1수준인 30 ppm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사용량은 그야말로 극미량에 불과하고 이를 사용한다고 해도 실제로 소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매일 유업은 왜 포름알데히드가 함유된 사료를 쓰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유아와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의 함량을 높이기 위하여 제품개발을 하면서 DHA를 원유에 직접 첨가하는 방식 대신 젖소로부터 자연 생산하는 방법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DHA 강화식품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몇 해 전 유럽에서도 우리나라에서 DHA 첨가우유의 상품화에 큰 흥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식품에 DHA를 첨가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공정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원료를 어유(魚油) 유래의 DHA를 쓰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비린내가 나서 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직접 첨가 대신 소가 어유를 먹고 이를 자연스럽게 젖으로 생산해내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젖소의 소화 과정에서 불포화 지방산이 환원되지 않도록 어유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어유와 대두를 섞게 되면 어유를 대두가 둘러싸게 되는데 이 대두와 어유는 소의 4번째 위를 통과하는 동안 미생물에 의해서 거의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량의 포름알데히드를 분사하게 되면 이 포름알데히드가 코팅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어유를 둘러싼 대두를 고형화 시킴으로써 DH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는 어유를 상당량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 때 쓰였던 포름알데히드는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물,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뀌어 분뇨로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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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코팅방법은 동물영양학 교재에도 취급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기술이다. 일설에 의하면 요즘에도 포르말린을 처리한 일반 사료가 제조되어 일부 가축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포르말린이 진정 문제가 된다면 동물복지 차원에서 사료에서부터 그 사용을 규제해야 할 사안인지 아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결국 대서특필했던 문제들은 지난 5월 4일 정부가 4개 업체의 우유가 0.002~0.026 ppm의 포르말린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할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결과 발표로 싱겁게 끝이 났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유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준치인 0.013~0.057 ppm의 절반 정도로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언론의 무분별한 공세에 시달렸을 매일유업은 안전성이 입증이 되어 다소 억울함을 풀었겠지만 그 후유증은 너무 커서 상처가 아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이번 사건은 당사자인 매일유업뿐 아니라 국내 유가공산업계의 신뢰를 추락시킨 슬픈 드라마이다.
매일유업의 사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중국 특파원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300개가 넘는 언론사가 벌떼처럼 달라 들어 매일유업과 한국의 우유만이 아니라 분유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제보로 시작한 일이 아무런 과학적 검증 없이 확대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그것이 결국 해외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였다면 간단하게 막을 수 있었다. 검증위원회와 같은 학계 또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진위여부를 가리고, 결론을 내린 뒤 발표하는 시스템을 확립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식품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하여 식품 업체, 관련 부처, 학계, 소비자간 체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법규 제정, 검사 체계의 실행과 검증, 위해성의 판단, 언론 보도에 대한 결정 등에 있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결과를 성급하게 언론에 보도하고 국민은 불안에 떠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이 행태를 빨리 버려야 한다. 깊어지는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면 국내 식품산업은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