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위기 우려에 이탈리아 국채 금리 '급등'…재정안 통과로 급한 불 꺼
이번 주 유로존 채무 위기 드라마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이탈리아 국채 시장이 투자자들의 투매 행렬 속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까지 4거래일 만에 1%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주 후반 들어 다소 안정화되긴 했으나 이탈리아의 10년 물 금리는 한 주 간 13bp 상승하며 5.76%까지 올라섰다. 10년 내 고점이다. 스페인 국채 10년 물 금리도 다시 6%를 넘어섰다.
국채 시장 뿐 아니라 이탈리아 국채의 주요 채권단인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주가는 11일 하루에만 6.33% 급락했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발행 중인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썰물 행렬로 이어졌다.
저스틴 나이트 UBS 유럽 금리 투자전략 대표는 "이탈리아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상대적인 안전시장에서 위험 시장으로 이동했다"며 "한 번 이 루비콘 강을 건너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에는 여러 가지 대내외적 문제들이 동시에 작용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이탈리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데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부채 위기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까지 전염된 후 이탈리아 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유럽연합(EU)이 그리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른바 프랑스식 해법인 은행권의 그리스 국채에 대한 자발적 롤오버 방안이 결렬되면서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방식의 채무 재조정이 채권단에 미칠 영향도 우려를 자아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이번 주 이탈리아 시장의 동향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정부들이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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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자경단이란 용어를 만들기도 한 야데니는 이탈리아가 채권 시장 규모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국가 채무 규모로 인해 이탈리아 시장이 자경단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채권시장은 1조6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최대 규모이며 전 세계에서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재정 감축안을 둘러싸고 이견을 빚은 것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번 주 후반에 들어서며 사태는 다소 진정됐다. 우선 14일 국채 입찰을 무사히 마쳤다. 이탈리아 정부는 12억5000만유로의 5년 만기 국채를 평균 4.93%의 금리에 발행했다. 지난달 14일의 3.9%보다 상승한 금리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나 수요는 1.93배로 지난달 1.28배보다 늘어났다.
이탈리아 의회가 15일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최종 승인했다. 2014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2% 수준으로 감축하는 재정 긴축안 승인으로 이탈리아가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가 이번 주 벼랑 끝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FT는 한 미국 투자자의 말을 빌려 "정치가들이 공조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 재앙에 가까워졌던 이러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