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내몰리는 서민경제/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늘어나는 개인대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흔들리면서 실기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권의 서민금융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 교수는 서민금융을 위해 도입한 햇살론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늦어진 점과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것은 실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미소금융에 대해서는 햇살론과 함께 바람직한 서민금융 정책이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도입됐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와 금융감독 문제 등에서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제학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박창균 교수를 만나 서민금융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현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을 평가한다면.
▶솔직히 누가 해도 잘 할 수 없는 것이 서민금융이다. 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을 위해 햇살론을 도입했다. 금융회사들이 부담을 덜고 경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증까지 제공하고 있어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공과를 따져볼 때 정책 실기를 한 부문이 많다. 이러한 실기가 열심히 한 것을 덮으려 한다. 대표적인 실기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난해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했다는 것과 미소금융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해 도입한 것, 금리 인상시기를 놓쳐서 가계부채를 더 힘들게 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저금리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까지 대출을 받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하게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 부담을 자신이 떠안아야 한다.
-. 그래도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이 전면 대출중단까지 나선 것은 문제 아닌가.
▶금융회사의 대출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 초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대출이 중단됐는데 어느 정도 필요성을 느낀다. 은행의 대출 총량규제는 쇼크효법으로 괜찮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린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회사의 대출중단으로 피해가 있다고 하는데 누가 피해를 봤는가. 은행들이 대출중단을 했다고 하지만 차환과 상환대출자에게는 대출을 해 준다. 피해를 본다는 사람들은 신용등급 등에서 열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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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해 대출을 계속해야 하라고 하는 것도 포퓰리즘이다. 서민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서민이라 할 수 없다. 금융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최하 빈곤층 바로 위에 위치한 사람들이 서민이다.
은행은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은행이 문제가 생기면 한국경제가 거덜난다. 은행은 서민금융을 해선 안 되고, 서민금융을 하겠다면 당국이 막아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한계고, 인정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면 월세로 가야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약속 아닌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전세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민금융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사람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 맞는 길이다. 그런 차원에서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으로 도입한 햇살론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 햇살론 도입이 잘 했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햇살론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서 대출수요가 있지만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도입됐다.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보증까지 해서 돈을 꿔주도록 하는 상품이다.
공공부문이 안 해주면 정부가 나서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서민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다.
정부와 취급 금융기관이 실적에 지나친 욕심을 내지 않고 제대로 신용심사를 해서 운용된다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 미소금융도 그런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미소금융도 컨셉 자체는 괜찮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렛딧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만드는 등 위에서부터 시작됐고, 또 기업들을 압박해서 만들었다.
현 금리를 보면 미소금융은 지속불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추가 자금공급을 안 받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금리는 최소 20%는 돼야 한다. 미소금융이 자체적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어느 정도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4.5%는 너무 낮다.
원금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안 하면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지원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금리는 7~8%로 가야 한다.
-.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가.
▶문제가 있는 저축은행은 다 청산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금융시스템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하이리스크 영업을 지속하는 것을 폭탄을 들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전체가 문제가 아니라 덩치 큰 저축은행이 문제다. 서민금융의 대형화를 막아야 한다. 은행이 안 하는 사업분야에 특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규모가 크면 특화를 할 수 없다.
2000년 이후 저축은행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주면서 대형화를 추진한 것이 원죄다. 이제라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만들어 그에 걸맞는 업무와 규제를 하거나, 5000만원 이하로 쪼개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문제가 있는 저축은행들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하나로 합쳐 지방은행으로 만든 후 민영화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수 있다.
-. 가계부채 문제로 당국에서 카드사에까지 규제를 가하고 있다.
▶금융이라 함은 소비자의 돈을 바탕으로 대출 등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카드사를 금융회사로 봐서 금융당국이 규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는 비금융 카드사에 대해서는 당국이 감독을 안 한다.
우리나라는 카드사 등에 적기시정조치를 하곤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적기시정조치는 예금보호 대상인 회사에 대해서 예보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예보대상이 아니다.
카드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모집한 자기 돈을 고객에게 빌려주는 업체다. 자기 돈을 빌려주는데 왜 감독당국이 간섭을 하는가. 카드사에 적기시정조치를 하고 규제를 가하는 것은 간섭이자 후견이다. 잘못됐을 때 당국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금융업종은 금융업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