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무너지는 ‘내 가게의 꿈’

두번 무너지는 ‘내 가게의 꿈’

이정흔 기자
2011.10.01 09:39

[머니위크 커버]내몰리는 서민경제/‘생색내기’에 그치는 창업지원 정책

최근 서울 지역에서 외식 창업을 준비 중인 이모(32)씨는 정부에서 해주는 창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원의 소상공인지원센터에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로 듣게 된 그곳의 이름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이라는 전혀 다른 기관. 이씨는 다시 물어물어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안내 받아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창업지원금이 상반기 내에 다 소진돼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최근들어 명예퇴직 한 40~50대는 물론 취업난에 몰린 젊은이 등 갈 곳 없는 이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미 국민의 30%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도 나와있다. 쪼들리는 서민경제 속에서 정부가 창업정책을 더 이상 나몰라라 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당장 창업자들이 가장 손쉽게 드나들어야 하는 소상공인지원센터 운영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 소상공인지원센터 전화했는데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본래 소상공인진흥원에 소속돼 있던 소상공인지원센터는 최근 몇 년 동안 각 지자체에서 위탁 경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막상 지자체에 이관해 운영을 하고 보니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의 정책이 각 지역마다 창업 현장까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혼선을 거쳐 최근 소상공인지원센터의 관리는 다시 소상공인진흥원 쪽으로 넘어왔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 8월25일 이와 관련한 이관 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창업자들의 경우 기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대표번호인 ‘1588-5302’로 전화를 하게 되면 소상공인진흥원이 아닌 ‘서울 신용 보증재단’으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기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업무가 서울시와 나눠지고 소상공인진흥원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를 새롭게 신설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대표번호까지 가져간 결과다.

홈페이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따라서 창업자들은 필요한 상담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창업 지원에 차질을 빚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청 창업 대출 자금인 '소상공인 정책 자금' 을 비롯한 대부분의 창업 정책 지원 업무가 이미 소상공인진흥원쪽으로 넘어간 탓이다. 창업자들로서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아닌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홈페이지나 대표번호 등을 통한 연결조차 막혀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 사무실에 직접 방문 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7개 소상공인지원센터가 8월25일 이후 5개 지점으로 통폐합 되면서 사무실이 이전됐지만,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폐합 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이전 등의 문제가 지연되며 당분간은 업무 처리에 혼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표번호 연결 등의 문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창업 자금 대출, 있어야 받지!

그나마 힘겹게 소상공인지원센터에 연결이 된다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창업대출 자금 등은 일찌감치 소진돼, 창업자들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올해 정부에서 창업자들을 위해 책정해 놓은 ‘소상공인 정책 자금’은 총 4000억원 규모다. 이중 나들가게 지원 자금 시니어창업 등 정책 지원 자금을 제외하고,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우선 지원 자금의 경우 1850억원 규모다. 그러나 6월이 되기 전에 이미 다 소진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창업 자금 대출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상담사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 자금이 상반기 내에 소진되는 현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대부분 연초에 반짝 생색내기에 그칠 뿐, 창업자들이 필요한 때에 지원을 받기엔 어려운 구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업자들이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는 것이 '지자체 창업 자금 특별 보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지방에서는 이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따로 마련된 창업자금 특별 보증 정책이 없다. 경기도 지역 역시 현재 창업 보증 기금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확인돼,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창업자들의 자금지원조차 뚝 끊긴 상황이다.

◆ “창업 정책, 일회성 자금지원만으로는 부족”

창업자의 18%가 개업 후 1년 이내, 60%가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에 내몰린다고 한다. 지난 20일 2011 중소기업청에 대한 지식경제부의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창업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창업 시장의 경쟁이 과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창업자들을 '빚더미'로만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창업 컨설팅 전문가인 서울신용보증재단 박찬규 컨설턴트 역시 이와 같은 비판에 동의했다. 그는 현재 창업 시장을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50대 명예퇴자들 대부분 진입 장벽에 낮은 창업에 눈 돌리기 예사다. 처음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위주로 알아보게 되고, 보통 2억원이 넘어서는 고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전재산을 끌어 모아 가게를 연다. 그러나 경영에 실패하면 건질 수 있는 돈은 고작 가게 권리금 정도. 빚더미에 내몰린 그는 새로운 탈출을 위해 그나마 건진 권리금 정도로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게 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창업자들이 실패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빚더미에 내몰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다 창업자 본인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지금처럼 일회성 자금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창업 시장에 내몰리는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컨설턴트는 “준비 된 사람이 창업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창업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창업 자금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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