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탈모치료제, 전립선치료제 여성 금기약..만지기만 해도 피부로 흡수
#임산부 김씨는 부쩍 숱이 줄어들고 있는 남편을 위해 매일 저녁 손수 탈모약을 챙긴다. 처음엔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약을 구입했지만 약값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같은 성분에 함유량이 높은 알약을 4등분 하여 복용하기로 결정했다. 작은 알약을 더 작게 나누는 일 역시 섬세한 부인인 김씨가 맡았다.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평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임산부가 깨진 알약을 만지기만 해도 피부로 성분이 흡수되어 남자 태아의 외부 생식기에 비정상적인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구용으로 유일하게 FDA의 승인을 받은 탈모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약인 경우다.
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약은 피나스테리드 1mg으로 알약에 코팅이 되어 있어 임산부가 만져도 아무 영향이 없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알약 하나에 같은 성분이 5mg이 들어있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4~5등분으로 나누어 복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지난 10월 이 전립선치료제를 여성 금기약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1092건이 여성에게 처방됐다.
이규호 모아름모발이식센터 원장은 23일 "개인 임의로 약을 잘라 탈모치료제 대용으로 먹을 경우 정확한 용량을 복용하는지도 알 수 없고 안전성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데다 주변의 임산부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탈모치료제는 먹는 약 뿐 아니라 바르는 약도 남녀를 구분해 사용하는 등 정확한 사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임산부가 만질 위험만 없다면 남편이 약을 끊을 필요는 없다. 피나스테라이드는 약제와 대사물질이 태반을 통과하는 만큼 남편의 정액를 통해 부인에게 전달 될 가능성을 우려해 탈모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정액을 통해 전달되는 물질의 양은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 양의 1/750 정도이기 때문에 매우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