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BW, 합법적인 꼼수

[더벨]BW, 합법적인 꼼수

이상균 기자
2011.09.29 11:13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9월29일(08:38)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BW(Bond with Warrant)의 우리말은 신주인수권부사채다. 즉,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하지만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도 발행할 수 있다.

BW는 벤처기업 혹은 코스닥 상장사가 자금조달을 위한 마지막 루트로 활용하곤 한다. 주당 인수가도 보통주→우선주→전환사채(CB)→BW 순으로 낮아진다. 인수자가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대신 신주인수권을 포함한 각종 권리를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반면 자금조달이 급한 발행사는 그만큼의 권리를 양보해야 한다. 이른바 밸런싱(balancing) 효과다.

엠게임(5,360원 ▼160 -2.9%)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1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2%, 만기이자율은 4.25%다. 이 BW는 W저축은행이 50억원, IBK캐피탈이 40억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10억원을 각각 인수했다. 사실 이자율 2~4%는 일반적인 회사채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금리에도 불구하고 3개 금융회사가 엠게임의 BW를 인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보통 BW 발행사가 사채의 20~30%를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20억~30억원의 이득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다. 꼼수다. 하긴, 이보다 더 높은 금리의 회사채가 수두룩한 상태에서 이런 이득마저 없다면 인수자가 나타날 리도 없다.

단, 조건이 있다. 사채에 얹어진 신주인수권을 최대주주에게 넘겨줘야 한다. 엠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최대주주와 그 부인, 그리고 대표와 부사장이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신주인수권 1장을 사들이는데 들어간 돈도 고작 388원이다.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신주인수권 전량을 가져갔다. 일반적으로 50~70%를 가져가는 것에 비해 비중이 높다. 역시 꼼수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액은 5072원이다. 28일 종가 5410원에 비해 6.6% 낮다. 차익이 고스란히 남는다. 최근 주가하락으로 차익 폭이 낮아진 점이 아쉬울 뿐이다. 역시 꼼수다.

BW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1988년이다. 이듬해 1989년에는 전체 사채 발행 규모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유행했다. 이후 10년간 증시침체와 유통시장 미비로 BW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잊혀진 듯 했던 BW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신한은행이었다. 이 회사는 1998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BW를 발행했다. 신주인수권은 개인투자자에게도 나눠줬다. 엠게임과 다른 점이다. 신한은행은 당시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업계 선두권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행태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막판 궁지에 몰린 회사들이 BW 발행이라는 선택을 하곤 한다.

하지만 끝이 좋지 못했다. BW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얼마 못 가 바닥을 드러냈다. 사채를 발행하면서 할인해준 금액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전이됐다. BW에 포함된 신주인수권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여 나중에 회사 매각가를 높이는 지렛대 역할로 악용됐다. 이 와중에 회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엠게임이 신한은행 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의 경영진도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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