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3년 임기 끝내고 연임 성공

지난 9월14일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주강수한국가스공사(34,650원 ▲300 +0.87%)사장은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를 연결하는 역사적인 대규모 가스관(PNG, Pipeline Natural Gas) 사업 협상을 앞둔 탓이다.
PNG프로젝트는 러시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 경유 가스관을 통해 국내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2008년 9월 정상회담에서 2015년 시베리아에서 생산된 가스 750만 톤을 북한 가스관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도입키로 합의했지만, 북한 반대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 들어 북한의 입장이 긍정적으로 선회,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주 사장은 15일 러시아 측 파트너인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사장과 사업 로드맵에 서명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날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특히 밀러 사장이 김희영 북한 원유공업상과 만나 가스관의 북한통과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러 3자 회동'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세 나라 대표는 한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3자 협상이 이뤄졌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주 사장은 러시아를 다녀온 후 연임에 성공했다.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비롯해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가 좋고, 경영평가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아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29일 업무 전문성과 사업 계속성을 고려해 주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3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임된 주 사장을 만나 PNG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주 사장은 "러시아 PNG 사업은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전 사업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 리스크가 큰 만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 9월 가즈프롬과 서명이 이뤄졌고, 후속조치를 놓고 실무진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일 러시아를 다시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데, 이 자리에서 가스관 사업에 대한 진전된 합의안이 나오면 실무진간 협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주 사장은 이번 사업으로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 편중된 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동고하저(冬高夏低)' 가스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독자들의 PICK!
그는 "PNG 가스관 건설은 우리나라와 북한, 러시아 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당사자 간 협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도 지난 9월 러시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업추진을 위한 공동실무그룹을 구성하는 등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PNG 사업실현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017년 가스도입을 목표로 가스가격과 북한 리스크 해소 등 산적한 문제를 풀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사장은 지난 3년간 해외자원개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28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구 25바퀴에 해당하는 100만km를 다니며, 글로벌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는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직접 가스전 운영자로 참여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캐나다 우미악 가스전 지분 20%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북극권 자원개발에도 진출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상광구에서 우리나라가 1년 치 쓸 대규모 가스를 확보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가스공사는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에너지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정부로부터 자율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주 사장은 "그동안 해외자원개발과 국내 천연가스 미공급 지역 배관건설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가스공사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러시아 PNG 도입, 이라크 유전개발 등 어느 때보다도 해외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이 요구되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고 강조했다.
주 사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에 대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원개발 후발주자로서 유수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광업권을 따내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라며 "자원안보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 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원개발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하게 부정적 시각으로 국가 자원개발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사장은 '9·15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후 전기 다음에는 가스가 문제가 될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고 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정전사태와 같은 무시무시한 사고가 가스에선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위험을 통제하고 있는데다, 비상상황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사장은 "전력과 가스의 수급 체계엔 차이가 있다. 천연가스는 저장탱크와 배관을 통해 저장 후 공급이란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부족을 예측할 수 있다"며 "가스 부족 시 LNG 발전을 중유 등으로 대체할 수 있어 사전에 가스공급 중단을 방지 할 수 있는 시간과 수단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이나 설비고장, 이상기온, 통제 불가능한 돌발 상황 등 16개 위험에 대비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구비하고 있다"며 "매년 설비증설과 보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사장은 끝으로 그동안 사업성과가 주로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창출됐다면, 앞으로 시스템에 의한 일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업무 프로세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적인 에너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불확실한 경영 여건에 대비해 재무구조를 건실화 할 계획입니다. 가스공사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요이력
△서울 출생 △서울고 △서울대 지질학과 △캐나다 캠벌광산 소장 △현대종합상사 전무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캐나다 맥나이트어소시에이트 파트너 △대한광업진흥공사 암바토비사업팀 고문 △가스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