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1명이 하루에 보는 환자 수는 몇 명이나 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 1명당 1일 입원환자 최대 진찰 수는 311명에 달한다. 이는 극단적인 예로 동네 의원의 경우 75명 정도를 상한선으로 본다.
75명을 넘어서면 요양급여의 100%가 아닌 90%를 주는 차등수가제를 의원급에 적용하기 때문에 동네 의원 의사들은 피곤하게 더 많은 환자를 받아봐야 오히려 노력 대비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자 1명당 6분을 조금 넘기는 시간을 진찰하는 셈이다.
대학병원 교수의 경우도 3시간 진료에 외래환자 50명 정도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3분 정도의 진료시간이다.
75명 이상 볼 경우 오히려 역차별하는 이유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루에 1명의 의사가 할 수 있는 한계선을 정한 셈이다. 이런 상한선이 없을 경우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환자 한 사람에게 쓰는 시간을 줄이고,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1인1개소' 개설을 규정한 것도 1명의 의사가 펼칠 수 있는 의술의 범위가 제한적이니 2~3군데 병원을 개설해놓고 혼자서 오가며 진료를 하지 말라는 취지다.
최근 논란이 된 1인 복수의료기관 개설은 오랜 기간 논란이 됐다가 2003년 대법원이 `1인1개소'의 입법취지가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것을 막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의사 1명이 다른 병원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취지는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례 이후 500개 브랜드가 전국에 5000여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덩치를 키운 이들은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기치로 내걸며 동네 의원들과 경쟁하고, 동네 의원들 입장에서는 체급 차이가 나는 이들과의 경쟁이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 치과네트워크가 전국에 160개가량의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치과를 운영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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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협회 측은 이 네트워크병원이 단순히 저가서비스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네트워크병원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치과의 운영형태가 매출기준으로 임금이 책정돼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현행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 개설)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고치는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다.
1명의 의사가 여러 개 병원을 개설하고 각각의 병원에 `의사'를 채용해 그 병원을 운영하게 하는 네트워크병원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월급의사'가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할 수 있으니 이런 근본적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법으로 재단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제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에 투자하고 경영하는 것을 막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의료법'의 목적을 벗어난 과잉규제라며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복지부도 마찬가지 의견인데다 최근에는 대형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병원협회가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보이면서 '한 목소리'인 듯하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1인1개소' 개설의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고, 과잉진료는 네트워크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그 가운데엔 국민의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개정안 반대 측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