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나쁜 의사, 좋은 의사

[광화문]나쁜 의사, 좋은 의사

오동희 바이오헬스부 부장
2011.12.27 05:55

 의사와 약사들이 졸지에 '나쁜' 직업군 반열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제약사들로부터 리베이트(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주는 일 또는 그 돈)를 받은 의사와 약사 2000여명이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의사와 약사라는 '신성한' 직업군의 이름에 큰 흠결을 남겼다.

 의사나 약사라는 직업군은 직업명 뒤에 '선생님'이라는 흔치 않은 존칭이 붙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포털사이트에서 '리베이트'라는 단어를 치면 자연히 따라붙는 연관검색어에 오르는 나쁜 이미지의 직업군 이름으로 강등됐다.

 리베이트는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제약사는 약값을 부풀리고 부풀린 만큼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형태를 취해 결국 그 손해는 환자에게 돌아가는 형국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쌍벌제는 우리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하지만 이같은 특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단속이 여실히 보여줬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개원의 중심·회장 경만호)가 리베이트는 사업관행이라며 자정선언에 불참하면서 비난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연말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잘못된 불법에 물든 의사들 외에도 자기희생과 봉사로 이 사회를 밝게 비추는 의사들도 적지 않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둠이 빛을 몰아내기 전에 '빛'을 더욱 밝게 해 어둠을 물리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이름으로 자기희생의 촛불이 된 의사들을 이 사회의 표상으로 삼음으로써 신성한 직군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 장기려 박사부터 고 이태석 신부까지 자기희생의 표상이 된 한국의 슈바이처들은 어둡고 힘든 곳에서 사랑의 의술을 펼쳐 이 사회를 더욱 빛나게 했다.

고 장기려 박사는 1951년 1월 부산에 복음병원(현 고신의료원)을 세워 피란민 등 가난한 사람에게 25년간 무료진료하는 인술을 폈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고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의 최고 오지인 수단에서 10년 간의 의료봉사로 희생정신을 발휘했고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었던 이종욱 박사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한 의사의 표상이다.

 10여년째 지하철 서울역에 자리한 노숙인 전용 진료소 다시서기의원을 운영하는 최영아 원장, 72년 고국 벨기에를 떠나 '시흥동 슈바이처'로 불리며 39년간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배현정(한국명) 원장, 16년째 3000명의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의 수술을 진행한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의 이름도 떠오른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68년부터 19년간 인술을 펼친 김대수·조규자 의사 부부, 72년부터 23년간 말라위와 레소토에서 목숨을 건 인술을 펼친 김명호씨 등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부르키나파소와 보츠와나에서 70년부터 30년간 인술을 펼치다 현지에서 생을 마감한 고 김 정씨, 69년부터 31년간 코트디부아르에서 사랑의 실천을 보여준 안순구씨 등의 이름 뒤에는 '의사선생님'이라는 신성한 호칭을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의사가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길 위에서 묵묵히 '신성한 직분'을 수행한다. 이들이 있기에 의사의 길에 접어든 의학도들은 의사라는 이름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을 듯하다. 리베이트 선배들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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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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