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시는 나쁜 취향" 日 45%, 한국은… 22%

"명품과시는 나쁜 취향" 日 45%, 한국은… 22%

문혜원 기자
2012.02.25 09:25

[머니위크 커버]'명품앓이' 대한민국/ 명품 심리학

"이 옷은 댁들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이태리에서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땀 한땀 직접 바느질한 옷이야."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나오는 배우 현빈의 대사다. 이 대사엔 드라마 속 상류층인 현빈이 생각하는 명품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특이한 트레이닝복일 뿐이지만 실은 이태리 장인이 만든 명품이라는 것이다.

명품에 대한 애착이 어디 상류층뿐이랴. 당장 거리에 나가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명품 브랜드 로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0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세계명품의 새로운 시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 명품시장의 비밀을 한국인의 '명품 사랑'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동료 압력)로 분석했다.

기자가 만난 30대 초반의 젊은 직장인들 역시 '명품 하나쯤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과시욕구를 채우기 위해 명품을 사지만, 더러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만족을 위해 명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처럼 말이다.

 

명품 속에 내재된 과시욕구

"요새 명품 하나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저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큰맘 먹고 구입했죠. 명품은 비싸긴 하지만 하나 사면 만족도가 높아요."

30대 초반의 유치원 선생님인 김모 씨가 즐겨 찾는 브랜드는 이태리의 명품인 구찌. 김씨의 월 수입은 150만원 정도로 100만원대의 가방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구찌 백을 든 덕분인지 백화점의 명품관에 들어가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또다른 30대 직장인 박모 씨가 가진 명품은 구찌 호보백과 '3초 백'(3초마다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도 불리는 루이비통 스피디. 100만원대의 가방을 선호하는 박씨는 주로 지인들이 외국으로 나갈 때 면세점을 통해 구입한다. 그 역시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생각해 명품을 선호한다. 그는 일종의 과시욕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가방이나 구두는 좋은 제품을 걸치거나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남들이 보는 눈도 있잖아요. 또 하나쯤은 갖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명모 씨는 비싼 브랜드의 백을 매면 나도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가 즐겨 찾는 브랜드는 미국 디자이너인 마크제이콥스나 비비안웨스트우드다.

그가 고가의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디자인이나 색깔이 다른 상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씨는 "명품 디자이너들은 그만큼 더 공부하고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확실히 다른 옷들보다 느낌이나 디자인이 디테일하다"고 말했다. 명씨는 오히려 브랜드 로고가 상품 외면을 장식하거나 전면에 드러나 있는 상품을 꺼리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몰라줘도 자기 만족 때문에 사게 돼요. 모두에게 다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경제 불황기에는 가치소비가 '대세'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시장의 양면성>(2002년)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크게 집단소비자와 개인소비자로 나눌 수 있다. 집단소비자는 유행을 쫓는 모방소비로 명품을 살 때도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라거나, 명품을 산 그룹끼리의 소속감으로 자신의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일종의 파노플린효과나 베블렌효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파노플린효과는 한 브랜드를 가지면 마치 스스로가 값어치 있는 브랜드 집단에 속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베블렌효과는 사람들의 과시욕구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반면 개인소비자는 명품을 살 때 남들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을 사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파노플린효과나 베블렌효과처럼 과시하기 위해서 명품을 살까.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는 모방소비보다는 가치소비를 한다고 말한다. 즉 명품을 사는 것이 돈을 더욱 절약하는 일이고 더 가치 있는 소비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경제호황기에는 모방소비가 더러 있지만 지금은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한 점의 희소성에 가치를 둔다"며 "명품을 살 때 가격은 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명품 구매자는 대물림의 욕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의 소재가 좋고, 만듦새가 튼튼하기 때문에 대를 물려줄 수 있어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래된 명품일수록 더하다. 실제로 샤넬의 빈티지라인이나 루이비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때문에 어머니세대가 들던 가방을 자식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대한 자부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명품 소비자에 대한 반감도 누그러져

명품이 보급되던 초창기 시절에는 명품 구매에 대한 시선이 따가웠다. '주제 넘는 소비'라고 폄하하는가하면 '외화낭비'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누그러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상' 명품에 대해 과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명품을 과시하는 것은 나쁜 취향이라고 생각한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일본의 경우 전체의 45%, 중국은 38%에 달했지만 한국은 22%만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한국인이 가지는 '명품 친화' 성향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예컨대 '고가제품 지출 규모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한 선진국 응답자가 10~15%에 달하는데 비해 한국인 응답자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1997년 IMF 이후에는 외산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강했고, 이것이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됐다"며 "시간이 흐르고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다보니 소비자에게 내재됐던 욕구들이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인간이 가지는 상위지향적인 욕구 때문에 현재의 상황 속에 매여 있지 않고 지금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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