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왜 LG와 휴대폰을 만들어야 하죠?"

"프라다가 왜 LG와 휴대폰을 만들어야 하죠?"

김진욱 기자
2012.02.22 10:01

[머니위크 커버]'명품앓이' 대한민국/기업들의 명품 마케팅 백태

"왜 프라다가 LG와 휴대전화를 만들어야 하죠?"

지난 2005년 12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패션업체 프라다 본사. 마창민 당시LG전자(127,500원 ▼2,400 -1.85%)해외마케팅 담당 상무는 처음 만난 프라다 임원에게서 이같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프라다로서는 이미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 3~4곳의 제안을 거절한 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LG전자와 프라다는 휴대전화로는 처음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용한 '프라다폰'을 발표했다. 이어 LG는 2009년(프라다폰 2.0)과 작년 12월(프라다폰 3.0) 프라다폰을 연이어 출시하며 휴대폰의 명품화를 진행중이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명품을 '씌우는' 이른바 명품 콜라보레이션(협업, collaboration) 열풍이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거나, 한 분야의 유명 브랜드를 다른 종류의 상품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 그런데 통상 패션 부문에만 한정되던 이 개념이 요즘엔 산업 전반에 걸쳐 그 범위가 다양해졌다.

◆패션, 뷰티에서 휴대폰, 자동차까지 '영역 확대'

패션·뷰티는 기본이고 식품, 가전제품, 자동차, 가구, 바닥재, 벽지, 페인트 등은 물론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스파같은 서비스에까지 콜라보레이션이 등장한다. 특히 전자제품처럼 명품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업종에서 디자인을 중심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적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앞서 언급한 LG전자의 '프라다폰'이 국내기업과 해외 명품업체와의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꼽힌다.

2009 엠포리오 아르마니 S/S시즌 패션쇼 직후 소개된 일명 'Night Effect' 엠포리오 아르마니폰.

LG전자와 프라다가 협업에 출시한 '프라다폰'

2006년 3월 프라다측과의 양해각서 체결로 '프라다폰' 개발에 나선 LG전자는 2007년 4월 처음으로 '프라다폰'을 탄생시켰다. 이어 2009년 6월 기능성을 업그레이드시킨 '프라다폰2.O'을 내놨고 뒤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세련된 디자인이 강조된 '프라다폰3.0'을 선보였다.

특히 첫 번 째 프라다폰은 출시 당시 일반 휴대폰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출시됐음에도 밀리언셀러(100만대)를 기록하며 명품 휴대폰 열풍을 일으켰다. 서울 강남의 휴대전화 매장만 해도 출시 전 부터 200대가 넘는 예약을 받아 화제가 된 적도 있다.

LG전자가 프라다만과의 협업을 진행한 반면 삼성전자는 해외 명품 업체 여러 군데와 접촉해 '명품 폰'을 만든 케이스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독일의 명품업체 휴고 보스와 공동으로 '갤럭시 휴고 보스폰'을 유럽에 출시했다. 지난 2008년 유럽에서 휴고와 함께 '터치위즈(F480) 휴고 보스 에디션'을 내놓은 지 근 3년 만이다. 하지만 삼성측은 국내에선 이 폰을 출시하지 않는다.

앞서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는 2007년과 2009년 이탈리아의 명품업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인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각각 출시하기도 했다. 물론 2006년에도 세계 최정상급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와 공동으로 '베르수스폰(E500 VERSUS)' 출시, 명품 폰 출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프라다' 없어서 못 팔아

휴대폰에서의 명품 협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계에서의 '명품차' 경쟁도 현재 치열하다.

지난해 5월현대자동차(513,000원 ▼19,000 -3.57%)는 '제네시스 프라다'를 공개하면서 프라다 고유의 사피아노 가죽 패턴으로 시트, 크래쉬패드,도어트림 등을 연출했다. 당시 이 차는 VIP를 겨냥해 1200대로 한정 판매됐는데 모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타고 싶은 중형차 1위'에 꼽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명품 마케팅 성공에 힘입어 현재 프라다 외에도 에르메스, 스왈롭스키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2011 중국 광저우 국제 모터쇼'에서 소개돼 2000대를 한정 판매한 '제네시스 프라다'

'이탈리아의 국민차'라고 불리는 피아트 500 역시 지난해 8월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며 창립 90주년을 맞는 구찌와 콜라보레이션 차량을 유럽에서 출시했다. 구찌의 특징인 초록색과 붉은색줄이 안전벨트에 들어간 것이 이 제품의 특징.

역시 마세라티도 지난해 패션 브랜드 펜디와 협업한 콜라보레이션 차량 '그란카브리오 펜디'를 출시해 주목받았고, 일본 자동차 인피니티도 루이비통과 협업을 이뤄 자동차 업계의 콜라보레이션 열풍을 주도했다.

명품 브랜드와 자사 제품이 결합된 콜라보레이션이 대부분이지만 명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개별 브랜드간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것도 최근의 협업 트렌드다.

한방화장품 브랜드인아모레퍼시픽(143,900원 ▲11,700 +8.85%)의 '설화수'는 지난해 중국 론칭을 기념해 베스트셀러인 '윤조에센스'의 포장용기를 신선미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국적 색채를 입혀 주목받았다. 이어 최근에는 설화수의 프리미엄 한방 안티에이징 라인인 '진설' 기초라인에 천 년의 예술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박문열 두석장의 백동장석 목함이 조화를 이뤄 '설화수 진설 백동장석 세트' 한정판도 내놨다.

코리아나(2,100원 ▲252 +13.64%)화장품 프리미엄 한방 브랜드 '자인'도 지난해 신제품 불로 앰플 출시를 기념해 나전칠기 장인인 김영준 작가와 합작, 고급스런 불로초 문양이 수놓아진 '불로 앰플 자개함세트'를 출시했다.

이밖에 삼성지펠냉장고가 마시모주끼 주얼리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한 것이나 코카콜라가 다이어트 코크 사랑으로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와 리미티드 에디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것 역시 디자이너 개인을 통한 협업 사례다.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한정판에 '매료'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명품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매료당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소비자들이 기능을 중요시 생각하지만 기능 외에 점차 디자인쪽에 많이 포커스를 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 전문가 A씨는 "기업들의 기술발전으로 이제 기능면에서는 업체간 큰 격차는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명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일상에서 쓰는 상품에서도 예술적 감성이 입혀진, 즉 디자인 면에서 좀더 끌리는 제품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매력으로는 철저히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한정판 소량생산으로 출시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언급한 명품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출시된 제품일 때 많이 나타난다. 실제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출시직후 2~3주 안에 완판되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인 한정판 컬렉션에 비해 매출에서도 2~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명품업체, 협업해놓고 외부노출은 민감해?

"윈윈은 하지만…."

명품업체들이 국내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지만 정작 그들은 언론이나 외부에 자사의 협업사항을 공개하는 일에는 극구 보수적이다.

실제 프라다폰만 해도 초기 LG전자와의 제품 개발 과정에 있어 모든 디자인 제작공정을 비밀에 부치고 프라다 본사 공개에 대해서도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오픈했었다.

해외 명품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모 기업 관계자는 "명품업체 제휴에는 솔직히 한계가 있다. 제휴를 통해 협업하기는 하지만 명풍업체들은 그들의 브랜드가 다른 업체의 매출상승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썩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명품업체들은 특히 구체적인 계약내용에 대한 외부 언급을 철저히 꺼리고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크게 경계한다"며 "그래서 요즘은 명품 업체 보다는 그 업체 소속의 디자이너 이름으로 협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레보레이션 기획자/아모레퍼시픽 박내선 설화수PM팀 과장

"한국색채 입히는 게 이번 협업의 목적"

-무형문화재 장인과 최근 협업을 진행했다. 그 배경은?

▶'설화수'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특히 설화수의 '진설'라인은 아모레퍼시픽 제품 중 고가에 해당되면서 고품질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에 장인정신을 담아 한국의 명품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협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화수의 프리미엄 한방 안티에이징 라인인 '진설' 기초라인에 천 년의 예술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박문열 두석장의 백동장석 목함이 조화를 이뤄 '설화수 진설 백동장석 세트' 한정판을 내놓았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장인의 손에 의해 수제품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전체 수량이 200개가 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한달도 채 안돼 전 출고수량이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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