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 참아요, 이 명품 값은 20~30% '똑↓'

3개월만 참아요, 이 명품 값은 20~30% '똑↓'

이정흔 기자
2012.02.24 10:02

[머니위크 커버]명품앓이 대한민국/수입업자에게 듣는 명품 유통 과정

지난해 7월1일 한-EU FTA가 발표되자 순진한(?) 국내 소비자들은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관세가 없어지면 명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가격이 낮아지기는커녕 명품브랜드들은 환율변동과 원가 상승을 핑계로 잇따라 가격을 높이고 있다.

관세가 사라졌는데도 오히려 명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또 아울렛이나 병행수입업체 등 구입처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도대체 왜 그럴까. 해외 명품을 국내에 수입해오는 병행수입업체 관계자인 A씨로부터 명품이 국내에 들어와 판매되기까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류승희 기자)

◆명품 '부르는 게 값'인 이유

어렵게 A씨와 마주앉자마자 국내 명품 가격에 관세 인하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애초에 명품 가격은 관세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루이비통과 프라다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당수의 브랜드들은 홍콩과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루이비통은 국내에 유통되는 전 제품이 홍콩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관세철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구찌 역시 EU(유럽연합) 비회원국인 스위스를 통해 국내에 물건이 들어오는 관계로 관세 철폐 혜택이 없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은 프랑스에서 수입해오고 있지만 기존에 부과되던 관세는 가방이 8%, 의류가 13%로 책정돼 있는 수준이다. A씨는 "최종소비자 가격이 아닌 원가를 기준으로 관세를 철폐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자가에 미치는 영향은 5% 정도로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명품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A씨는 "브랜드 직영점이나 백화점 명품관, 면세점 등은 본사나 수입업체를 통해 직접 물건을 공급 받는다"고 말한다. 본사나 국내 수입업체의 철저한 통제 아래 유통 단계가 관리되는 명품의 특성상 중간도매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백화점 매장의 경우 입점 수수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소비자가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명품은 수수료 비중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의 고가 정책은 순수하게 본사와 국내 수입업체 측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직수입되는 이들 직영매장과 달리 병행수입업체의 경우는 보통 1~2단계 정도의 과정을 더 거치게 된다. 유럽 명품들은 브랜드마다 현지 총판을 두고 물량을 유통시키는데, 국내 병행수입업체들은 대부분 이곳을 통해 수입 물품을 거래한다. 최근에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서 인기가 많은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취급하는 형태의 총판도 늘고 있다. 이밖에 홍콩이나 일본에서 수입해오기도 한다. 경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최종 판매될 때까지 2~3단계 정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따라서 이 역시도 중간도매상의 마진율이 최종 소비자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한 구조다. A씨는 "명품은 가치를 소비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가 얼마인지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병행수입업체들 역시 원가를 따져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10~20% 저렴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수입업체 내부문서 보니…명품에도 '급'이 있다

그러나 명품이라고 다 같은 명품이 아니다. 소위 '급'이 있다는 게 A씨의 귀띔이다. 특히 병행수입업체의 경우 명품의 급에 따라 물건을 들여오는 경로나 판매가격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A씨가 조심스럽게 보여준 내부 문건에는 브랜드별로 분류가 돼 있었다. 다른 병행수입업체도 이와 유사한 기준으로 브랜드를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건에 따르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은 병행수입 자체가 불가능한 최고급 명품이다. 본사에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제품을 100% 관리하고 있으며, 병행수입을 위한 총판 역시 따로 두지 않는다. A씨는 "이들 제품은 직영매장이 아니고서는 아울렛이나 병행수입업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제품이다"며 "가끔 일본 시장을 통해 병행수입업체로도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최고가 제품이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고 밝혔다.

구찌와 프라다, 페라가모, 펜디 등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다. 직영매장이 아니더라도 병행수입업체들이 현지 총판을 통해 수입해 들여올 수 있다. 그는 "현지총판 외에도 홍콩이나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해 오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홍콩보다는 일본 명품 시장을 통해 국내에 없는 신상품 모델 등을 많이 입수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버버리, 발리, 돌체앤가바나, 끌로에 등은 일반적인 명품 브랜드로 분류된다. 적당히 인지도도 있고 국내 고객들도 꾸준히 찾는 편이다. 이들 역시 구찌, 프라다와 마찬가지로 현지 총판이나 일본, 홍콩 등을 통해 수입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브랜드부터는 신상품보단 시즌이 지난 이월제품의 비중이 더 높아진다. A씨는 "보통 앞시즌을 겨냥해 제품을 출시한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까지를 신상품으로 분류한다"며 "그 기간이 지나면 이월상품으로 가격이 20~30%가량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보떼가, 발렌시아가,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들도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그는 "실질적으로는 앞에서 언급된 브랜드들보다 더 비싼 제품도 많다"며 "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아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제품들이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그는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명품으로 분류되는 브랜드들이다"며 "이외에 코치, 토리버치와 다양한 세컨드 브랜드들을 묶어 서브 명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치, 토리버치 등은 대표적인 미국의 중저가 명품 브랜드로, 수입 경로 역시 현지 아울렛 매장을 통해 대량으로 구매해 오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코치나 토리버치 등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대부터 앞의 브랜드들과는 차이가 크다"며 "국내에서는 백화점 명품관에서 판매된다는 점 때문에 신세계인터내셔널이나 제일모직 등 수입업체들이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코치는 백화점 고가 판매 모델과 아울렛 저가 판매 모델이 처음부터 다르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확한 구분 없이 섞여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현지와 비교해 가격 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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