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3월14일(09:02)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앞세워 엔젤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작은 늘어나는 청년실업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서 비롯됐다. 대안 중 하나로 청년창업 활성화가 제시됐고 이를 위해 초기기업 단계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초기기업 투자를 기피하는 벤처캐피탈 대신 엔젤투자자에 정책 개선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방향은 잘 잡았다. 이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 중기청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당초 벤처업계에서 주장하던 30%에 비해서는 10%포인트 낮은 것이지만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엔젤투자자들의 투자지분 의무 보유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었다. 투자 이후 5년까지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엔젤투자자들의 고충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엔젤투자자의 엑시트 활성화를 위해서는 M&A 시장의 확대, 세컨더리 펀드의 조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2000년대 초반의 엔젤투자 붐을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99년부터 2006년 누적기준으로 엔젤투자 규모는 총 1조5737억원에 달했다. 엔젤투자자도 5만8278명이나 됐다. 반면 지난해 엔젤투자 총액은 고작 326억원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현재의 엔젤투자 총액을 7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현재 지원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의 유동자금을 흡수할만한 당근이 필요한데, 이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정부에서 시행했던 우선손실충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소형 벤처캐피탈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2000년대 초반 한창 벤처투자 열풍이 불던 시절, 엔젤펀드 조성을 위해 여러 유한책임투자자(LP)들을 만났던 적이 있다. 일단 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중 40억원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출자할 예정이었는데 조건이 파격적이었다. 펀드가 손실을 입을 경우 자신들이 출자액인 40억원까지 책임지는 우선손실충당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LP 입장에서는 조합의 손실액이 40억원을 넘지 않는 한, 절대 손실을 보지 않는 셈이다. 덕분에 개인투자자와 일반 회사, 금융기관들을 만났을 때 이 펀드는 원금보장형펀드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달도 안 돼 LP들을 모두 모집할 수 있었다. 이중에는 수백억원을 운용하는 개인투자가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다."
현재 엔젤펀드 뿐만 아니라 벤처조합의 LP로 참여한 정부 기관에게 우선손실충당제를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신성장동력 혹은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한 조합에만 우선손실충당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우선손실충당제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한책임투자자(GP)와 LP가 조합을 결성하면서 정관에 해당 조항을 집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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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손실충당제는 정부의 엔젤투자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우선손실충당제를 받아들인다면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엔젤투자의 선순환 효과를 생각한다면 당장의 손실에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