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취업을 못하면 창업을 하라고?

[더벨]취업을 못하면 창업을 하라고?

권일운 기자
2012.05.23 11:22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5월22일(08:1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창업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기발한 아이템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미래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중소기업청은 올 한해 한해 청년창업에만 1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넘쳐나는 자금 덕분에 1인 창조기업은 프로젝트 상용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예비 기술 창업자는 사업계획서만 잘 쓰면 50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

벤처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벤처기업가 P씨는 "5년 전 분위기가 요즘만 같았더라도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꽤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P씨뿐 아니라 많은 전현직 벤처기업가들이 지금이 벤처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창업 활성화를 통해 실업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문만 바라보기 보다는 창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라는 얘기다. 700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티켓몬스터 사례처럼 성공한 벤처기업이 막대한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업 활성화가 실업률 감소로 직결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력과 끈기를 가진 양질의 인력이 창업에 나서기 보다는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창업만 하겠다고 하면 각종 정책 지원이 잇따르는 현실을 놓고 많은 벤처기업가들과 벤처투자자들은 "정부가 취직 못하는 청년에게 창업하라고 떠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고 있다. 창업이 쉬워진 만큼 포기도 쉬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벤처 동아리나 창업 관련 행사를 찾아보면 이같은 비판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올인'해도 시원찮을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삼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창업 경험이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창업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은 많아졌지만 대개는 진부하다. 아이템 중 열에 아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 관련 비즈니스다. 차별화 포인트라고 해야 'OO타입'이나 'XX형'이라고 붙은 수식어가 전부다. 명문대 출신이 창업의 가시밭길로 들어섰다는 스토리도 진부한 것이 됐다.

창업 활성화 정책이 취업 못한 청년에게 창업을 강요한다는 논리는 비약이라고 치자. 하지만 취업의 대안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뒤 안정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이 창업 활성화 정책을 곡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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