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판타스틱 '신의 직장'/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기업
여성 직장인들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결혼 후 출산을 앞두면 이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라며 갈등하게 된다. 실제로 여성의 근속연수는 남성보다 훨씬 짧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7.2년인 반면 여성은 4.5년에 불과했다. 임신과 출산 이후 퇴사해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기 일쑤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출산 및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를 여직원에 권장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임신과 출산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공백 인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직원들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해주는 회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22,350원 ▲50 +0.22%)은 지난 4월 한남동에 직장 어린이집인 '참! 좋은 어린이집'을 연데 이어 연내에 10여곳을 더 개원할 방침이다. 은행은 업무 특성상 여직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출산과 육아로 업무공백이 잦은 편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사석에서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 더 비용절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이집 개원을 적극 독려한 바 있다.
롯데시네마는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한다. 롯데시네마는 출산축하금, 선물지급과 더불어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해 출산임직원의 80% 이상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이밖에 교보생명은 3세 미만 유아가 있는 직원에게 출퇴근이 자유로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출산과 육아를 돕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인증하는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된 메리츠화재는 '아이 키우기 좋은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가족친화기업이란 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 중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메리츠화재의 여성 근속연수는 7년으로 타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롯데백화점이 서울 종로구 재동에 문을 연 어린이집 1호점
◆ "임신, 이제는 숨기지 않아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메리츠화재빌딩. 이곳은메리츠화재고객의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곳이다. 장대비가 그친 후 폭염이 찾아온 지난 7월18일, 이곳에서 만난 임혜정 보험기획팀 대리(34)는 임산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메리츠화재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입사 14년차다. 5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임 대리의 뱃속에는 5달 된 둘째가 자라고 있다. 결혼과 임신, 출산을 회사와 함께 한 셈이다.
"둘째 임신은 계획적으로 한 거예요. 나이도 있고 하니까 더 늦으면 못 가질 것 같았거든요. 무엇보다 출산·육아휴직이 정착돼 있어 괜찮겠다 싶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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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일하는 여성은 업무를 위해 임신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계획적인 임신이라는 말은 메리츠화재가 왜 가족친화기업으로 뽑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임 대리는 "회사가 여성의 출산과 임신을 특별히 배려해주는 편"이라며 "정말 좋은 회사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임 대리가 입사한지 14년이 된 고참 직원이라 예외적으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치 볼 것 없이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연차를 쓰고, 산후 휴가를 신청한다.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난리지만 회사에서는 임신한 직원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어요. 1년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도 꽤 돼요. 사실 좋은 부서장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그만큼 여성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해줬기 때문이죠."
임 대리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보다 회사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다가 어쩔 수 없을 때가 돼서야 밝혔지만, 지금은 임신이 확인되면 바로 보고한다. 초기에 말해야 배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지원금과 수유실 설치 등 여러변화가 생겨났다. 임 대리는 조만간 사내 육아시설도 만들어진다고 귀띔했다.

CJ E&M이 서울 상암동에 개원한 직장 어린이집
◆ 임신 수당만 3억원에 달해
메리츠화재는 여직원의 출산·육아 지원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90일이던 출산 유급휴가를 지난해부터 보름 늘린 105일로 정했다. 또 임신한 직원에게는 연장근무가 금지된다. 출산축하금(직원 또는 배우자 출산 시 200만원)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출산축하금으로 집행한 예산이 3억195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부터는 본부 곳곳에 수유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수유 압축기, 젖병 소독기 등을 구비해 직원이 자유롭게 수유실을 오갈 수 있게 했다.
이는 송진규 메리츠화재 사장의 방침이기도 하다. 송 사장은 지난해 현장 간담회를 통해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했다. 송 사장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직원의 경우 육아 휴직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내근직원의 여직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육아와 일을 병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자녀 양육과 교육비도 지원해 유치원생을 둔 직원에게는 월 10만원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이밖에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정시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최대규모 어린이집 개원
삼성전자가 전국 최대 규모의 어린이집을 개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5일 디지털시티에 기존 어린이집을 증축하고 1개동을 신축해 보육 정원 600명, 건물 연면적 2800평 규모의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여성 임직원의 육아 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해 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어린이집은 만 1~5세 자녀를 둔 여성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입소 여부는 공개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전국의 6개 사업장에 9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 현재 총 1900여명의 여성 임직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여성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격근무제를 도입해 화상회의시스템, 수유실 등이 설치된 '스마트워크센터'를 서울과 분당 두 지역에 구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