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지에 감시대상으로 전락한 데다 마치 '당신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여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최근 만난 한국거래소(KRX) 직원 A씨는 이렇게 푸념을 했다. 공시 사전유출 사건 이후 나온 쇄신방안에 대한 반응이다.
거래소는 현재 직원들의 주식투자와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을 포함해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을 추진 중 인데, 직원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썩이고 있다.
거래소 직원들은 그간 자본시장법 63조에 따라 주식투자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임직원은 주식 매매계좌를 하나 만 개설한 뒤 분기마다 감사실에 거래내역을 신고해야 했다. 거래소 내규는 근로소득총액의 50% 이하에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을 뿐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거래소는 이번에 임직원에게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투자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위법매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자칫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충돌할 여지도 있다.
거래소 측은 "주식투자를 중지하면 현재 보유 중인 것은 어떻게 할 것 인지, 간접투자까지 금지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기준을 점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직원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그러나 감사원의 자료 요구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박탈감에 '일할 맛이 안 난다'는 직원들이 적잖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사견을 전제로 "시장감시부나 공시부처럼 위험 정보를 다루는 특정부서에 한해 주식투자를 금지할 필요는 있겠지만 전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는 듯한 조치로 직원들이 답답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시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거래소 직원은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를 합해 모두 35명이다. 매매정지 등 시장조치를 내리는 시장운영팀 직원들도 공시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거래소 측은 이번 사건 발생 뒤 이들에 대한 공시접근권을 차단했다.
직원들은 외부통화 때 사무실 전화만 쓰고 통화내용도 녹음하는 방안에도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만큼 강력한 쇄신책이 절실하겠지만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