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꺼이 '수십억' 꺼낸 중국인, 뭐했길래

한국서 기꺼이 '수십억' 꺼낸 중국인, 뭐했길래

원종태 기자
2012.10.05 16:48

[르포]'유커'들이 점령한 한국 카지노… VIP룸엔 '통큰' 갑부들이

-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커' 새로운 놀이터로

- 국경절 기간 세븐럭 강남점서만 400억 '베팅'

- 유커 발길 붙잡는 한류 산업으로 재평가 절실

지난 2일 밤 찾은 서울 강남 코엑스몰 뒷편 이면도로변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카지노 세븐럭(Seven Luck) 강남점 3층 카지노. '금룡'이라 이름 붙은 특VIP룸에서 단 1명의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가 딜러와 마주 앉아 바카라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통 갬블러(게임참여자)가 있으면 문을 닫는데 우연히 살짝 열려있어 엿볼(?) 기회가 됐다.

일반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2층 카지노와 달리 3층은 VIP들만의 게임 공간이다. 최소 베팅금액도 2층은 1만원인 반면 3층은 30만원으로 높아진다. 3층 VIP 객장에서는 최대 1억원까지도 베팅할 수 있다. 40여개 테이블이 있는 2층과 달리 3층 객장 게임 테이블은 10여 개에 불과했다. 각 테이블 당 의자도 5개 정도로 제한했다.

이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11,580원 ▼290 -2.44%))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생활을 중요시 하는 VIP들은 룸에서 혼자 하는 게임을 선호한다"며 "이번 궈칭지에(국경절) 연휴에도 이런 중국인 고객이 하루에 3~4명은 됐다"고 했다. 주로 중국서 광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 대형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런데 3층에서도 내로라하는 VIP들만 출입할 수 있는 비밀스런 게임장은 따로 있다. 금룡, 적룡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자 이름을 붙인 5개의 특 VIP룸이 그곳이다. 이들 룸의 정중앙에는 바카라 테이블과 블랙잭 테이블이 각각 1대씩 놓여 있고, 한쪽에는 초대형 TV와 안락한 쇼파로 구성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반대편 쪽에는 16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대리석 탁자가 놓인 주방도 보였다. 여긴 최소베팅금액이 300만원이며 1회에 베팅할 수 있는 한도는 1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이 VIP룸에서는 평균 4∼5명의 고객들이 하룻밤 판돈으로만 10억∼15억원을 걸고 게임을 할 때가 다반사"라며 "얼마 전 이곳에서 수 십 억원을 쓰고 간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바카라 한판의 승부가 나는 20~30초 사이에 수 억원의 판돈이 오고 간 것이다.

일반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드는 2층도 시끌벅적했다. 이날 세븐럭 강남점에 온 갬블러의 95% 이상이 '유커'들이었다. 일본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GKL 측은 2층 객장까지 합쳐 이날 300∼350명에 달하는 유커들이 찾아와 베팅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궈칭지에 특수가 허상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세븐럭 강남점은 이번 궈칭지에 연휴 1주일간 게임 칩으로 교환된 돈만 350억~400억원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매일 50억~60억원이 판돈으로 바꿔진 것이다. 이중 15% 정도가 GKL의 순 매출로 돌아간다. 지난 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들이 은련카드를 사용해 일으킨 매출이 5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1600평 남짓한 카지노의 수입효율성이 얼마나 높은지 잘 설명해준다.

GKL의 지난해 매출은 4억7127만달러(5221억원)다. 중형 승용차 2만대, 휴대폰 348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경제 효과다. 특히 카지노의 외화획득과 고용 창출 효과, 인근 상권 등에 미치는 부대영향을 감안하면 카지노는 이제 더 이상 사행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세븐럭 강남점은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 고객들을 인근 코엑스몰 면세점이나 현대백화점 등에 소개해주고 있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일대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과 연계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외국인 카지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다. GKL의 또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규모나 시설 면에서는 마카오나 싱가포르 카지노에 비해 국내 카지노는 걸음마 수준"이라며 "피 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인데 '그래봤자 도박 아니냐'고 할 때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GKL 같은 외국인 카지노는 마카오나 싱가포르의 초대형 카지노와 숨가쁜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기마다 한류가수 콘서트나 디너쇼, 경품 행사 같은 대형 이벤트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광훈 연구위원은 "영업이익률 20%를 넘는 외국인 카지노 사업은 사회적 부작용 측면에서 내국인 카지노보다는 자유롭기 때문에 이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2~3년 내 중국인 고객 매출이 50%를 넘어설 수 있는 승부점이 오는 만큼 다양한 관광산업과 연계한 카지노의 순기능도 곱씹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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