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관광公 면세점

[기자수첩]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관광公 면세점

원종태 기자
2012.12.03 06:09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을 상대로 냈던 명예훼손 고소를 최근 취하했다. 이채욱 사장이 올해 국정감사때 국회의원들에게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이 지난 5년간 51억원의 적자를 냈고, 인천공항에도 임대료 인하로 114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발언한 것이 분란의 화근이 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사과하고 관광공사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봉합됐지만 이채욱 사장의 발언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빠져나온 여행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80여개 면세점과 만난다. 이 중 가장 노른자위 상권은 출국심사대 주변과 동·서쪽의 탑승로 교차점 등 총 3곳이다. 유동인구 많은 바로 이곳에 루이비통과 구찌, 샤넬, 까르띠에, 에르메스, 미우미우 같은 명품매장들이 모두 포진해 있다. 국산 식품이나 기념품, 전자제품 등을 파는 관광공사 면세점은 이곳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류매장' 면세점은 49~50번 탑승구로 가는 승객만 볼 수 있는 왼쪽 탑승로 맨 구석자리다.

관광공사 면세점은 상권만 내준 것이 아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4대 매출 상위 상품인 화장품, 향수, 담배, 술도 팔지 못한다. MB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른 민영화로 2008년 3월부터 관광공사 면세점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2007년 323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24억원으로 줄었다. 그 빈자리는 대기업 면세점이 명품 매장을 앞세워 메웠다.

그러나 사실 관광공사가 면세점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10원짜리 하나 빼지 않고, 모두 관광 진흥 예산으로 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도, 이로 인해 인천공항이 올린 엄청난 공항이용료 수입도 관광공사의 숨은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이 관광공사 면세점의 순기능이다. 관광공사 입장에선 이채욱 사장의 임대료 손해 발언은 점포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상가 주인의 배부른 투정처럼 들릴 수 있다.

더욱이 내년 3월부터 관광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면세점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관광공사 면세점과 국내 중소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던 '국산 명품' 프로젝트도 중단될 위기다. 인천공항 면세점이 외국산 매장으로 가득 차게 되어도, 번듯한 국산 매장 하나 없게 되어도 공항의 '수익'을 위해서라면 모두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인천공항이나 정부는 이제라도 면세점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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