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여자, '부드러운 코치' 되다

독한 여자, '부드러운 코치' 되다

문혜원 기자
2012.12.21 10:52

[머니위크]People/ 기업임원 전문코치 김상임씨

"작은 변화에도 큰 가치"… 경단녀·대학생과도 소통

'CJ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임원'. 김상임씨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김씨는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제일제당 기획실을 거쳐 25년간 CJ에 몸담았다. 일과 가정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독한 여자'가 된 그에게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었다. 바로 '전문코치'다.

김씨는 코칭이 컨설팅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컨설팅은 컨설턴트가 모든 답을 가지고 상담자에게 제안하는 것이지만 코칭은 상담자로부터 답을 이끌어낸다. 컨설팅은 변화의 가능성이 높지만 상담자의 수용여부에 성공이 달려있는 반면, 코칭은 상담자가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큰 가치가 있다.

김상임씨는 코칭으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음은 물론 가정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코칭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김상임씨의 인생을 만나봤다.

사진_류승희 기자

◆ 코칭을 만나다

"CJ와 분리된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던 김상임씨. 그래서 지난해 10월 CJ를 떠나게 됐을 때는 막막함이 앞섰다. 임원이었던 그는 남 탓을 하거나 회사를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봤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도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이미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

대기업 조직 내에 있다가 홀로 나오니 자신을 버리는 훈련이 필요했다. 자신이 직접 코칭할 기업을 찾아 세일즈를 해야 하는 등 온실과 같던 대기업 안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해야 했다.

"퇴임 이후 코칭 일을 시작하고 나서 아이들은 '엄마는 참 미스터리하다'고 얘기했죠. 하루를 36시간처럼 살았거든요. 제가 잘하는 것, 신바람 나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죠."

김씨는 퇴사 이후 1년여간 코칭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했다. 코칭과 관련한 자격증도 취득했다. CEO나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코칭에 필요한 자격증이었다. 올해 9월에는 코칭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했지만 이미 새로운 일에 다져진 상태였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다닐 때부터 관심 있고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이 바로 코칭이었거든요."

김씨는 CJ푸드빌 CFO(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일 당시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100시간 이상 코칭한 경험이 있다. 그의 경험은 대화스킬을 비롯해 라이프코칭, 비즈니스 코칭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있다.

당시 CJ푸드빌 계열의 레스토랑인 빕스(VIPS)를 총괄하던 그는 '잘해야 본전'인 업무 풍토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칭찬'이었다. 직원의 성과에 대해 반드시 보상하고, 이를 CEO에게 보고했다. 이를 본 CEO는 직접 전사원에게 메일을 보내 우수직원을 칭찬했다.

"칭찬은 윗사람에게 들을수록 더욱 기분이 좋잖아요. 칭찬을 받은 직원은 해이해지기보다는 '더 잘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죠.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니 성과도 자연히 따라왔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직원들에게 답을 묻는 것이었다. 특히 빕스 아르바이트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또래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의견 제시하기를 꺼리던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의견이 실제로 지점에 반영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서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지점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매출로도 직결됐다. 작은 코칭이 가져온 효과였다.

◆ 가족의 화해 가져온 코칭

코칭은 가족의 화해도 불러왔다. 김씨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가정에는 소홀하기 일쑤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두터운 벽을 만들었다.

딸 아이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집중했다. 자녀들에게 그는 그동안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적인 엄마였음을 깨달았다. 딸아이가 위로 받고 싶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을 모른 채 질책으로 대신했고, 사소한 말다툼에도 언성을 높였다. 과외선생을 붙여주면서 공부하라고만 했지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지는 못했다.

"넌 뭐할 때 즐거워?" 뒤늦게 던진 질문에 아이는 "미술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미술을 하기에는 다소 늦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지만 아이를 믿고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겨하더니 힘든 줄도 모르고 연습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너무 좋다는 얘기였다. 결국 고3 때 수시모집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아이와 문제를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자녀와 함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부모가 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짧더라도 감정의 언어로 소통하는 게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 코칭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에 보람

현재 그는 중소기업 CEO와 임원을 상대로 한 코칭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코칭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것은 '10분 훈련'(10Minute Training). 10분 동안 직장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것이다.

CEO가 회의 또는 좌담회를 이끄는 법,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법 등 김씨만의 방법을 전수했다.

'일장 연설'만 늘어놓아 능률이 없는 회의를 하던 CEO가 팀장들이 회의를 주도하게끔 만들었다. 한두시간 회의를 하고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회의 내용을 되물은 결과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효율이 없었던 것이다. 직원이 회의내용을 얼마나 인지했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CEO의 몫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꿈과 비전을 찾는 대학생에게도 무료 코칭을 해주는 등 재능 나눔도 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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