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록으로 여겨졌다. 적어도 1954년 5월 6일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때까지 세계 육상계는 인간이 1마일(1609m)을 4분 안에 주파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1마일을 4분 내에 달릴 경우 '심장이 터지거나 인대가 파열될 수 있다'는 의사 조언까지 있었다. 당시 육상계는 그래서 이전 최고 기록인 4분1초4를 인간의 최선으로 믿었다.
그러나 1954년 5월 6일 영국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옥스퍼드대 트랙 4바퀴를 돌고 났을 때,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로저 배니스터는 1마일 4분벽을 깨기 위해 수년간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1마일을 4등분해 400m를 1분 안에 뛰는 훈련을 반복하는가하면, 특유의 막판 스퍼트 연습으로 날을 샜다. 그는 이날 1마일을 3분59초4에 끊었다.
그러자 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가 4분벽을 깬 후 46일 만에 호주 육상선수 존 랜디가 3분58초4로 또다시 기록을 깼다. 그 후 두 달간 10명의 선수가, 다시 1년간 37명의 선수가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했다. 이듬해 4분벽을 깬 선수는 무려 300여명에 달했다. '마의 4분벽'은 이제 누구에게도 더 이상 장벽이 되지 못했다. 로저 배니스터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고, 그를 통해 수많은 무명의 선수들도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로저 배니스터 효과는 스포츠 뿐 아니라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전자제품 시장에서 소니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992년 D램시장에서 처음 세계 1등을 한 뒤 2006년 TV 세계 1위에 오르자 LG는 비교적 쉽게 소니를 넘어섰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번 1등을 하니 겁 먹지 않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국내 외식업체들도 로저 배니스터를 꿈꾸고 있다. 세계의 외식 트랙에서 얌브랜즈와 맥도날드, 브레드톡 같은 거대기업을 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 막 해외로 나간 한국 외식기업은 베트남 호치민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단팥빵을 팔고, 1일 유동인구 12만명인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비빔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정작 안방 트랙에서 강력한 장벽을 만나고 있다. 수년간 신규출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너 혼자만 그렇게 빨리 달리면 되느냐"며 '대기업 전용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물론 동반위는 제빵·외식 대기업이 공정한 플레이를 하는지, 트랙을 들쑤셔 놓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시장을 향한 도전, 안방 경쟁의 체력 비축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로저 배니스터가 마의 4분벽을 가장 먼저 깰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곁에 크리스 채터웨이와 크리스 브래셔라는 2명의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신기록 제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중 채터웨이는 훗날 5000m 세계 기록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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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종에 로저 배니스터가 나올 여건을 만들어 줘야 그 뒤를 따라 '마의 4분' 벽을 깨는 수 백 개 외식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다.